공조 잊은 검·경 또 갈등… 유대균 조사장소 놓고 ‘꼴불견’ 다툼

2014.07.25 21:47 입력 2014.07.25 22:46 수정

경찰 “단독 검거… 1차 조사할 것” 검찰 “인천지검 호송” 신경전

결국 인천경찰청서 10분 정도 먼저 사진 촬영·조사 후 인계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장남 유대균씨(44)와 도피 조력자 박수경씨(34)의 검거를 놓고 검찰과 경찰 간 갈등이 또다시 터져나왔다. 경찰은 검찰이 참여하지 않은 ‘단독작전’임을 강조하면서 검거팀인 인천지방경찰청이 1차 조사를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검찰은 “인천지검으로 곧바로 호송될 예정”이라고 발표하면서 엇박자가 났다. 검경이 서로 대균씨 체포의 ‘공’을 독차지하려다 빚어진 갈등이다.

<b>방 하나짜리 오피스텔서 세 달 동안…</b> 25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장남 유대균씨와 그의 도피를 도운 박수경씨가 검거된 경기 용인 상현동 오피스텔 문 앞으로 경찰이 통제선을 치고 있다. | 연합뉴스

방 하나짜리 오피스텔서 세 달 동안… 25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장남 유대균씨와 그의 도피를 도운 박수경씨가 검거된 경기 용인 상현동 오피스텔 문 앞으로 경찰이 통제선을 치고 있다. | 연합뉴스

유 전 회장 부자 검거를 위한 경찰 총괄태스크포스(TF)는 25일 오후 7시15분쯤 “대균씨와 박씨에 대해 경찰이 단독작전을 벌여 검거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제외한 채 경찰 인력만으로 체포했다는 것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번 작전은 경찰 TF 분석팀이 유 전 회장 시신 발견 이후 도피 조력자들을 대상으로 면밀한 분석을 벌인 결과”라고 자평했다. 경찰은 두 사람을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 사무실로 호송해 조사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하지만 10분 뒤쯤 인천지검 김회종 2차장검사는 기자들에게 “오후 8시40분 인천지검 청사 정문으로 걸어서 들어올 예정”이라며 “검거 내용은 확인한 뒤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언론에 대균씨가 인천지검에 압송되는 모습을 공개하겠다는 얘기다.

경찰은 즉각 반발했다. 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우리는 검찰의 그런 얘기를 듣지 못했다”며 “인천 광역수사대가 먼저 조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격앙된 반응을 보이면서 “원래부터 경찰이 잡으면 경찰에 먼저 와서 조사를 받은 뒤 검찰로 보내왔다”며 “이미 그렇게 (검찰과) 협의가 돼 있는 것인데 검찰이 그렇게 발표한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실제 경찰은 그동안 유 전 회장의 도피 조력자 등을 검거했을 때 먼저 조사해왔다.

검찰은 오후 8시쯤 다시 “지금 도로가 많이 막혀서 인천지검 도착 시간은 오후 9시30분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시간을 늦췄다.

경찰은 “금요일이라 차가 막히니까 오후 9시쯤 광역수사대에 도착하면 기초조사를 한 뒤 인천지검으로 보낼 예정”이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결국 경찰은 9시15분쯤부터 10분 정도 먼저 조사를 하고 검찰이 이어 9시35분쯤 두 사람을 인계받아 조사를 시작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양측의 신경전은 일촉즉발의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앞서 검경은 유 전 회장 수사를 놓고도 사사건건 부딪쳐왔다. 유 전 회장 검거작전에서 검찰이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 데 대해 경찰은 불만을 노출해왔고, 유 전 회장 시신이 지난 21일에야 인지되면서 양 조직은 충돌 일로를 걷게 됐다. 이 같은 검경 갈등에 국민들의 비판이 고조되고 있지만 검경은 대균씨 검거에서도 같은 상황을 되풀이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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