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꿎은 화풀이 ‘묻지마 범죄’

2003.06.26 23:51

별다른 이유 없이 불특정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화풀이성’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 돈을 목적으로 한 납치·유괴사건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뚜렷한 동기가 없는 범죄까지 잇달아 발생하자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26일 오전 10시10분쯤 서울 회현동 지하철 4호선 회현역 승강장에서 지하철수사대 소속 경찰관 부인 안모씨(41)가 당고개 방면 전동차가 역 구내로 들어오는 순간 노숙자 이모씨(49)에게 떼밀려 선로에 떨어져 숨졌다.

현장에서 붙잡힌 이씨는 경찰에서 “안씨가 나와 어깨를 부딪친 후 욕을 해 화가 났는데 때릴 수도 없고 해서 순간적으로 그냥 밀어버렸다”고 주장했다.

맞은편 승강장에 서 있던 목격자 김모씨(45·회사원)에 따르면 “아주머니가 열차가 들어와 앞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데 1m쯤 뒤에 서 있던 남자가 갑자기 실성한 듯 여자를 선로로 밀고 달아났다”며 “아주머니가 욕하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남대문시장에서 옷장사를 하는 안씨는 동대문시장에서 원단도 살 겸, 이날 야근 당직을 마치고 퇴근하는 남편 윤모씨(48·경위)를 만나러 가던 중 변을 당했다. 안씨는 사고 당시 청바지에 수수한 차림이었다. 윤씨는 “지하철 범죄에 대한 더욱 강도높은 대책이 필요하다”면서 “부지런히 일만 한 아내가 아무런 죄 없이 죽어야 한다니…”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씨는 강도상해 등 전과 7범으로 상해죄로 수배중이었으며, 노숙생활을 하며 도피중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이날 이씨에 대해 폭행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서울 수서경찰서는 길을 가던 여성에게 특별한 이유 없이 흉기를 휘두른 한모군(14)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한군은 지난 17일 오후 6시쯤 서울 송파구 석촌동 노상에서 귀가하는 회사원 윤모씨(21·여)의 둔부를 흉기로 찌르고 달어난 데 이어 19일에는 같은 곳에서 하교하는 여중생 공모양(14)의 얼굴을 흉기로 찔러 전치 3주의 상처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정서장애아 특수학교를 다니는 한군은 “여자들이 나를 무시하는 것 같아 화가 나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조현철·정유진기자 cho197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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