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공감…진압고충 이해를” 전의경 ‘양심고백’ 분출

2008.06.09 18:15

미묘한 기류에 부대 인터넷 차단나서

한 달 넘게 이어지는 촛불집회 현장에서 시위대와 직접 몸으로 맞닥뜨리고 있는 전·의경들의 고충도 커지고 있다. 쇠고기 협상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시위대의 입장에 공감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상당수 전·의경들은 가치관의 혼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의경들의 동요가 이어지자 경찰 지휘부는 최근 부대 내 인터넷을 차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선에서 물리력으로 시위대와 대치해야 하는 전·의경이 심적으로 흔들리면 위험하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서울지역 기동대에서 무전병으로 근무하는 한 의경은 9일 “촛불집회의 취지에는 공감한다. 그분들도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에서 움직인 것 아니냐”며 “그렇지만 우리도 지휘부에서 시키는 대로 시민들을 막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전경은 “일부 시민의 과격한 행동은 문제가 있지만 집회 자체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생각”이라며 “집회 초반의 평화적인 성격이 이어진다면 나도 휴가 나가서 여자친구랑 함께 나오려고 했다”고 털어놓았다. 다만 전·의경들은 서울대 여학생을 군홧발로 폭행한 전경의 사법처리 방침에 불만을 쏟아냈다. 기동대 소속의 한 의경은 “우리는 시키는 것만 했을 뿐인데 윗사람들이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군홧발 폭행을 당한 여대생 이모씨도 “폭행 전경 처벌은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며 정치인과 경찰 지휘부가 폭행 사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변호사를 통해 밝혔다.

전·의경에 대한 동정 여론도 높아지고 있다. 애인이 군복무 중인 사람들의 모임인 ‘고무신 카페’는 시위 현장에서 다친 전·의경들의 사연을 찾아 소개하고 있다. 한 카페 회원은 “자신이 원해서 그곳에 있는 게 아닌데도 왜 그들에게 돌을 던져야 하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아들이 의경으로 복무 중인 전모씨(52)는 “정부가 잘못해서 애꿎은 우리 아이들이 욕을 먹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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