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초등교에 “천안함 동영상 상영하라”

2010.09.27 02:52

‘경찰 내부교육용’으로 제작된 ‘반공’ 영상

2개교 시청… 학부모들 “군사정권 연상”

‘유언비어’ 감시한다고 민간인 동원 의혹도

경찰이 일선 초등학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천안함 사건 관련 안보 동영상 상영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의 요청에 초등학교 2곳이 이 동영상을 상영했다. 교육과학기술부나 교육청이 아닌 경찰이 일선 학교의 교육 프로그램에 직접 개입한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코나스넷(www.konas.net) <6.25동란 60주년과 천안함 피격>동영상캡처 ①

코나스넷(www.konas.net) <6.25동란 60주년과 천안함 피격>동영상캡처 ①

국방부가 천안함 침몰에 대한 최종 조사결과를 발표한 지난 13일 서울 성동구 경동초등학교는 아침 조회시간에 전교생을 상대로 천안함 관련 동영상을 상영했다. 이틀 뒤인 15일 성동구 금북초등학교도 같은 동영상을 상영했다. 앞서 이달 초 관할 경찰서인 성동경찰서는 공문을 통해 <6·25 동란 60주년과 천안함 피격>이라는 제목의 이 동영상을 상영할 것을 요구했다.

당초 이들 학교 중 한 곳은 영상물 내용 때문에 상영을 꺼린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이 학교 관계자는 “지속적인 경찰의 요청에 의해 동영상을 상영하게 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코나스넷(www.konas.net) <6.25동란 60주년과 천안함 피격>동영상캡처 ②

코나스넷(www.konas.net) <6.25동란 60주년과 천안함 피격>동영상캡처 ②

동영상은 “북한은 천안함 피격 사건에 대해 전혀 반성의 기미도 보이지 않은 채 모든 대화를 단절하고 전쟁까지 불사하겠다고 위협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간첩사건, 금강산 우리 재산 몰수 등 극악무도한 행위를 벌이고 있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영상물은 한 인터넷 보수언론이 제작해웹사이트에 올려놓은 영상과 동일한 것으로, 당초 경찰 내부교육용 자료로 제작됐다.

코나스넷(www.konas.net) <6.25동란 60주년과 천안함 피격>동영상캡처 ③

코나스넷(www.konas.net) <6.25동란 60주년과 천안함 피격>동영상캡처 ③

영상을 본 경동초등학교 5학년생의 아버지 정모씨는 “군사정권 시절 정권안보용으로 애용하던 반공교육도 아니고, 예비군 훈련장에서나 틀어줄 법한 반공 영상물을 초등학생에게 보여줬다는 것이 황당하다”고 말했다. 다른 학부모 김모씨도 “아이한테 물어보니 ‘전쟁 나는 거 봤다’고 하더라. 이걸 전교생이 다 봤다니 기가 막혀서 당장 학교에 가 따지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성동서 관계자는 “6·25전쟁 발발 60년이기도 해서 초등학교 대상 안보교육을 한 것일 뿐”이라며 “학교 측의 거절은 없었고, 강제성도 없었다. 만약 영상 내용이 부적절했다면 앞으로 쓰지 않겠다”고 밝혔다.

코나스넷(www.konas.net) <6.25동란 60주년과 천안함 피격>동영상캡처 ④

코나스넷(www.konas.net) <6.25동란 60주년과 천안함 피격>동영상캡처 ④

한편 경찰은 천안함 사건 후 사고 원인을 둘러싼 의혹이 인터넷을 중심으로 확산되자 이를 단속·수사하기 위해 민간인을 동원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민주당 백원우 의원이 입수한 ‘인터넷상 허위사실 유포행위 등 모니터링 및 단속 재강조 지시’라는 경찰 내부 공문에 따르면 지난 4월 경찰청은 제4기 ‘누리캅스(사이버 명예경찰)’ 884명과 협조해 인터넷에 유포되는 허위사실 등을 감시하라고 18개 지방경찰청에 지시했다. 경찰이 민간인까지 동원해 천안함에 대한 여론을 광범위하게 통제·감시하려는 발상을 드러낸 셈이다. 경찰 관계자는 그러나 “천안함과 관련해 정부를 비판하거나 문제되는 글을 신고하라고 누리캅스에 지시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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