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새누리당 비대위원 “박근혜, 박정희가 아닌 자신만의 키워드 가져야”

2012.04.19 21:36 입력 2012.04.22 15:27 수정

김형태·문대성 출당 문제… 과반 안됐으면 진작 처리

지난해 12월 말 27세 청년 이준석씨가 한나라당 최고위원 역할을 대행하는 비상대책위원의 한 사람으로 발표되자 많은 사람들이 뜨악해했다. 상대적으로 젊은층의 외면을 받아온 여당의 꼼수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당시 같은 당의 전여옥 의원조차 ‘갑자기 스타가 돼버린 연예인은 마약에 손대거나 자살한다’는 독설까지 퍼부었다. 그러나 학력, 병역 등을 둘러싼 무수한 억측 속에서도 그는 용케 잘 버텨냈다. 보수 여당의 비대위원으로 지낸 100여일간 그는 무엇을 보고, 느끼고, 고민했을까. 정치판에서 겪은 자신의 경험담을 정리한 <어린 놈이 정치를?>을 최근 펴낸 그를 지난 18일 서울 충무로에서 만났다. 책은 출간 일주일 만에 초판 5000부가 다 팔리고 2쇄를 찍었다. 그는 “비대위에 참여하면서 블로그에 쓰기 시작한 글들을 모은 것”이라고 했다.

“제가 겪은 비대위 경험은 제 또래의 어느 누구도 하기 힘든 특수 상황이잖아요. 청년들과 장차 정치인을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제가 느낀 정치는 무엇이고, 정치를 하려면 뭘 준비해야 하는지 알려주고 싶었어요.”

이준석 새누리당 비대위원 “박근혜, 박정희가 아닌 자신만의 키워드 가져야”

- 정치 한복판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뭔가요.

이준석 새누리당 비대위원 “박근혜, 박정희가 아닌 자신만의 키워드 가져야”

“국회의원 개개인의 자질은 뛰어난데, 이들이 국회만 들어오면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이유가 시스템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민생정책을 왜 우리가 먼저 발의하지 않느냐고 했더니 우리가 1조원의 예산편성 공약을 내걸면 야당은 2조원을 내거는 식으로 서로 포퓰리즘 경쟁을 하게 되고, 그런 가운데 서로 재면서 할 것만 하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이번 총선에선 그 암묵적 룰이 깨지면서 서로 더 세게 부르는 경쟁이 일어났어요. 이건 도박이죠. 결국 재원조달 방안의 현실성이 떨어지면서 여야가 내건 공약 자체가 말이 안되는 이야기가 돼 버렸잖아요.”

-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뭐라고 생각합니까.

“유세장에서 공감을 얻은 것은 심판론이나 색깔론이 아닌 어떤 미래를 보여줄 수 있는가였어요. 그런데 야권연대는 MB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모인 팬클럽이나 마찬가지예요. 안티 이명박 외에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했죠. 그럼 MB 임기가 끝나는 내년엔 뭘 이야기할 것인지 궁금해요.”

곁에서 본 박근혜 위원장은 어떤 사람이더냐는 질문에 그는 “신중해요”라며 말을 아끼려고 했다. 질문을 조금 ‘까칠하게’ 해봤다.

- 박 위원장이 콘텐츠가 없고, 그래서 더 베일 속에 숨는 것이 아닌가요.

“우리가 대통령에게 어떤 가치를 기대하느냐가 중요해요. 대통령 자체가 똑똑하기를 원하는지, 아니면 사람들의 요구를 취합해 적재적소에 인재를 잘 배분하는 게 중요한지를 따질 때 박 위원장은 융화력이나 인화력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어요. MB는 본인이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실무적 능력이고, 실무 능력이 뛰어나면 결국 독선에 빠질 수밖에 없어요. 전 대통령을 선출할 때 지금의 시대정신이 무엇인가가 중요한 잣대가 될 수 있다고 보는데 지금은 온화한 리더십을 기대하는 것 같아요. 대선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문재인씨나 안철수씨만 봐도 그렇죠. 만약 똑똑한 사람을 원한다면 유시민 대표가 좀 더 평가받아야 하지 않겠어요? 제 아버지가 유 대표와 같은 대학, 같은 과 2년 선배이신데, ‘유시민을 필설로 당할 자가 없다’고 하셨어요. 그만큼 논리가 강하다는 뜻으로 듣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비대위를 맡은 저를 ‘20대 MB’로 공격하는 걸 보면서 ‘필설 외에 저분이 뭔가 씌어있구나’라고 생각했어요.”

- 박 위원장에게도 약점이 많지 않은가요.

“약점보다는 앞으로 극복해야 할 점은 있다고 생각해요. 박근혜 하면 박정희라는 키워드가 먼저 연상되는데 이는 50대 이상에서는 유효할지 모르지만 더 이상의 지지층 확산은 불가능해요. 20~30대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감정이 별로 없어 이슈가 못 되죠. 박 위원장이 젊은층에게 다가가려면 박정희가 아닌 복지, 상생과 같은 자신만의 키워드를 가져야 해요. 그런데 그건 장기간에 걸쳐 심어줘야 하는 것인 데다 20대는 정책보다는 이슈에 더 관심이 있어 박 위원장이 이슈에 따른 이미지메이킹을 할 시간이 대선까지 얼마나 있을지 생각해봐야 해요.”

새누리당 비대위는 오는 5월 중순 전당대회 후 해산한다. 그는 그동안 맡은 역할을 얼마나 잘 수행했다고 자평할까.

“제 역할에 대해 아무도 말해주지 않아 스스로 추론할 수밖에 없어요. 만약 20·30대 청년을 대표하는 역할이라면 애초 불가능한 얘기였다고 생각해요. 20대의 문제는 20대가 대변해야 한다는 생각에 동의 안 하거든요. 야당은 청년비례대표까지 뽑았지만 젊은층에서도 주목받지 못했잖아요. 그래서 저는 기성정치에 물들지 않은 20대의 시각으로 공천 논란이나 당선자의 도덕성 논란에서 할 말은 하는 게 제 역할이었다고 봐요. 그런 면에선 충분히 해냈다고 보죠. 비대위에 사업가인 조현정 회장과 제가 들어오면서 어떤 문제에 대한 결론을 신속하게 도출하도록 한 점도 성과라고 생각해요. 정치인들은 부담감 때문에 질질 끌면서 두루뭉술하게 끝내려는 성향이 있거든요.”

김형태·문대성 당선자의 출당 요구를 제일 먼저 시작한 그는 “예상치 못한 시나리오인 과반의석 점유로 당이 혼란스러운 것 같다”며 “과반이 아니었다면 두 사람에 대해 진작에 처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새누리당의 당원 자격도 없다고 판단되는 사람들이 더 엄격한 도덕적 기대치가 주어지는 국회의원 자격을 가질 수 있겠는가라는 차원에서 두 당선자가 책임있는 행동을 해야 한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 박근혜 대선캠프에 참여할 건가요.

“생각해봐야겠지만 분명한 것은 대선정국에선 지명직을 안 하겠단 거예요. 최고위원까지 해봤는데 뭘 더하겠어요. 나중에 제 이름을 걸고 하는 일이면 모를까 특보 달고 정치낭인으로 정치권에서 기웃대는 짓은 안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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