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요, 인천 축제

2012.05.07 20:51
김종휘 ○○은 대학연구소 2소장

“이미 망한 세상에서 완전히 다르게 상상하는 원점 회귀의 시대 문턱”이 지금 여기라고 했었지요. 청년은 “이 (시대의)좌표를 모른 채 막차 맨 뒤칸에 올라타”지 말고 “자기 손발로 수레 끄는 것이 살뜰하고 아름답고 두루 이로울 것”이라 권했었고요. (5월18일자 “손수조가 손수조를 책임져라”) 그렇게 살아가는 유쾌한 청년들을 만나러 인천에 가보실래요. ‘살기 좋고 찾고 싶은’ 곳이라는 홍보는 인천뿐 아니고 모든 도시에 넘칩니다만 그런 자랑이 달뜰수록 일상은 팍팍하고 스산한 거잖아요.

인천에 살거나 관심 둔 지인들에게 첫 인상을 물으니 지난 총선 투표율 꼴찌의 ‘투표 않는 도시’부터 떠오른대요. 연달아 ‘인천시 재정 파탄 직전’이나 ‘인천도시공사 빚 갚는 데 464년’ 같은 먹먹한 뉴스들이 거론되네요. 광역도시 남녀노소의 자살률, 우울증, 스트레스 등에서도 상위권에서 내려오질 않더군요. 타 도시보다 높은 출산장려금과 싼 집값 덕에 출산율과 젊은층 인구 유입률이 증가 추세라지만 그럼에도 인천은 ‘재미없고 떠나고 싶은’ 곳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씻기 힘겨워 보입니다.

[별별시선]좋아요, 인천 축제

이런 인천에서 “좋아요 인천” 캠페인을 벌이는 청년들이 있어요. 안 좋은 온갖 것들 최고의 인천이지만 “우리는 인천이 좋습니다”라고 고백하는 이 청년들. 그중 유마담(29)이란 별명을 가진 청년이 말하더군요. 인천의 나이 든 분들 다수는 고향을 등지고 여기에 흘러든 이주민이지만 자신들은 나고 자란 곳이 몽땅 인천인 “인천 1세대”라고요. 동네 구석구석의 변천사가 고스란히 청춘의 무대이자 추억의 산실이라고요. 다만 “인천은 후지다”라는 말을 하도 일찍부터 들어놔서 최면에 걸려 있을 뿐이라고요.

이 말을 듣는 순간 잠시 머리가 띵하다가 뻥 가슴이 뚫립디다. 지금껏 부동산 투기와 난개발 토건으로 망쳐먹다가 “원점 회귀의 시대 문턱”에 그 부패와 부실을 토해내느라 탈이 난 전국의 짝퉁 ‘명품’ 도시를 삶의 둥지로 짓겠다고 “완전히 다르게 상상”하는 “인천 1세대”가 나타난 겁니다. 이들이 엊그제 “인천 청년을 응원”하는 포럼을 열고 지역 언론인, 풀뿌리 활동가, 상인들을 초대했네요. 주제는 “청년과 인천, 인천에 사는 청년, 인천의 마을만들기와 청년”이었고요.

이야기꽃만 피운 게 아니에요. 유마담과 친구들은 인천 중구 신포동 일대에서 ‘레알청춘대학’을 열고 벌써 2기에 걸쳐 청년들을 모집하곤 동네의 숨은 공간과 달인을 연결해서 새로운 커뮤니티형 수업을 진행해 왔더군요. 오는 5월27일엔 신포동에서 ‘인천레알청춘축제’를 연대요. “인천 1세대” 청년들이 판을 벌이면 어디 사는 청년이든 와서 서로를 응원하는 축제라면서 박수를 보내고픈 선배나 어른들이 많이 오면 좋겠다고 하네요.

유마담과 헤어지고 그가 강조했던 역외소비율을 검색하다가 송영길 인천시장의 1월26일자 시정일기를 봤지요. 인천시민은 1000원 중 424원을 서울 등지에서 소비하는데 서울시민은 인천에서 14원을 소비한다니 자명해지대요. 인천에 더 많은 신도시와 랜드마크와 국제행사가 희망인 건지, “8월4일까지 ‘좋아요 인천’ 페이스북 페이지 1만명 넘으면 인천을 변화시킬 축제가 만들어진다”며 전국의 짝퉁 ‘명품’ 도시들에서 나고 자란 ‘진짜 1세대’ 청년들에게 같이 놀자는 손짓을 보내는 이 만남에 희망이 있는지 말입니다.

유마담은 고1이던 1999년 10월30일 저녁을 잊을 수 없다고 해요. 동네 상가 2층 호프집과 3층 당구장에서 56명의 청소년들이 죽은 ‘인천 호프집 화재 사건’. 그날 만원이라 못 들어간 친구가 호프집에 들어갔다면 “나와라!” 했을 것이고 그럼 자신도 거기 있었을 것이라면서요. 이후 상권이 무너지고 청소년시설이 생겼지만 그때보다 더 삭막해진 동네에서 30대 목전의 청년이 된 유마담이 웃으며 우리를 부릅니다. “나와라!” 그렇게 “좋아요 인천”을 다르게 상상하는 1만명의 사람들과 만들 축제를 손꼽아 기다리면서요.

‘좋아요 인천축제’는 언제 열릴까요. 5월27일 ‘인천레알청춘축제’로 간을 본 다음에 주최주관 없이 인천을 좋아하는 이들의 봉사와 후원으로 10월30일을 앞둔 어느 주말에 열린다네요. 12년 전 그날 생을 마감한 56명의 ‘인천 1세대’ 청소년들이 누렸어야 마땅한 그 축제는 “원점 회귀의 시대 문턱”에서 이렇게 부활하려는가 봅니다. ‘레알청춘’의 눈물과 분노를 정화하는 웃음꽃을 피우면서요. 우리가 나고 자란 인천이 좋아서 웃자는 이 청년들의 완전히 다른 상상을 만나보실래요. facebook.com/likeincheon에 가 보세요.

좋아요 구로, 좋아요 마포, 좋아요 온수리, 좋아요 부천, 좋아요 안양, 좋아요 울산, 좋아요 광안리, 좋아요 강정 등 이렇게 무수히 다른 ‘좋아요 우리동네’를 만나실 겁니다. 마을은 사라지고 짝퉁 ‘명품’ 도시만 남은 곳곳에서 마을공동체 만들기의 ‘진짜 1세대’들이 웃으며 살자고 하네요. 자신들이 나고 자란 거기에서 청년이 웃으며 찾는 재미있는 축제의 마을을 만들자면서요. 이런 축제의 마을이 지천에 널리면 가끔 있는 그들만의 선거도 우리의 축제로 바뀌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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