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전 적자 원인은 탈원전 탓이 아니다

2019.08.15 20:47 입력 2019.08.15 20:52 수정
김좌관 부산가톨릭대 교수 한전 비상임이사

우리나라 최대 전력공기업인 한전이 작년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영업적자를 기록하였다. 한전의 적자 원인에 대해 다양한 분석과 주장들이 있는데, 일부에서는 한전의 영업적자를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 때문인 것으로 비판하고 있다. 과연 탈원전 때문에 한전이 적자로 전환되었는지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다.

[기고]한전 적자 원인은 탈원전 탓이 아니다

우선 탈원전에 대한 개념 정립이 필요하다. 에너지전환 정책은 2018년 기준으로 발전 비중이 23%에 달하는 원자력을 일시에 폐지하는 것이 아니다. 60년에 이르는 장기적 관점에서 설계수명이 완료된 설비들을 순차적으로 폐쇄함으로써 원전 비중을 점진적으로 낮추는 것이다.

2018년의 경우 원전 정비과정에서 격납건물 철판이 부식되고 콘크리트 공극이 발견되는 등 문제점이 발생되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정비일정을 연장함에 따라 원전이용률이 일시적으로 저조하였다. 탈원전 차원이라기보다는, 안전한 원전 가동을 위한 측면이라고 봐야 한다.

다음으로 원전이용률 하락이 한전 적자의 직접적인 요인이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18년 원전이용률이 65.9%로 전년 대비 5.3%포인트 낮아졌고 한전은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2019년 상반기 기준 원전이용률이 79.3%로 전년 동기 대비 20.5%포인트나 개선되었음에도 영업적자는 오히려 증가하였다. 이는 곧 최근 한전 적자 요인이 원전이용률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님을 역설적으로 증명한 셈이다.

물론 원전이용률 하락이 한전 영업적자의 한 원인으로 작용한 것은 사실이다. 다만 한전의 영업실적은 원전이용률뿐만 아니라, 발전연료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환율, 유가, 유연탄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결정되기 때문에 특정 원인만으로 설명하는 것은 오류를 범하기 쉽다.

2019년 상반기에 영업적자가 증가한 것은 앞서 언급하였듯이 원전이용률이 전년 동기 대비 크게 개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원·달러 환율이 북·미 하노이 회담 결렬, 미·중 무역분쟁 확대 등으로 같은 기간 1075원에서 1146원으로 71원 상승하는 등 해외에서 수입하는 발전연료 가격이 상승한 것이 주요 원인이다. 여기에 더불어 봄철 미세먼지 저감을 위하여 석탄발전기의 예방정비를 봄철에 집중하여 시행하는 등 석탄이용률이 전년 동기와 대비해 하락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만약 원·달러 환율, 유가, 유연탄가 등이 전년 동기와 유사하여 발전연료 가격이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되었더라면 상반기에 영업이익이 다시 흑자로 전환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결론적으로 2018년과 2019년 상반기의 한전 적자는 탈원전 때문이 아니며, 환율·유가 상승 등에 따른 연료 가격 상승이 주된 요인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중요한 것은 다양한 변수에 의해 전력공급원가가 급격하게 변동될 수 있는데, 과거처럼 과도한 흑자가 나도 문제이고, 지금처럼 적자가 발생해도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

더욱이 한전이 앞으로 국가의 미래 에너지 정책을 구현해나가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국가 에너지안보 및 지속 가능한 에너지전환 정책 추진을 위해 합리적인 수준에서 한전의 재무건전성 확보는 필수불가결한 요소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실적이 발표될 때마다 반복되는 원인 규명 논란에서 벗어나, 에너지전환에 대한 색안경을 벗고 미래 지속 가능한 에너지원 확보를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이를 위해 최우선적으로 한전의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고, 소비자에게도 올바른 가격시그널을 줄 수 있도록 전력공급원가를 합리적으로 전기요금에 반영할 수 있는 요금체계를 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재생에너지를 안정적으로 확충할 수 있는 액션플랜을 수립하고, 이에 수반되는 비용을 정확히 산출하여 전 국민적인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등 미래 세대들을 위한 발전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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