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피해자를 피의자로 처분한 검찰…헌재가 뒤집었다

2020.10.11 15:39 입력 2020.10.11 20:47 수정

‘마사지업’ 알고 온 태국 여성

“강요” 주장 외면 속 수사 종결

헌재 “기소유예 잘못…취소”

헌법재판소가 이주여성이 성매매를 강요당했다고 주장하는데도 추가 수사 없이 성매매 알선 혐의를 인정한 검찰 처분을 취소했다.

헌재는 태국인 여성 A씨가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청구한 헌법소원 심판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용’ 결정을 내렸다고 11일 밝혔다.

A씨는 마사지 업소에서 일하기 위해 태국인 취업 알선자가 보내준 항공권으로 한국에 입국했다. 하지만 알선자가 소개한 곳은 성매매가 이뤄지는 불법 마사지 업소였다. 알선자는 A씨에게 소개비를 이유로 성매매를 하라고 요구했고, 결국 A씨는 네 차례 성매매를 했다. 광주지검 순천지청은 A씨의 성매매 알선 혐의를 인정해 기소유예 처분을 했다. 기소유예란 범죄 혐의는 인정됐으나 전과 여부, 죄질, 반성 정도 등을 검사가 판단해 재판에 회부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것이다. 이에 A씨는 자신은 성매매 피해자라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기소유예 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고 선고했다. 성매매처벌법에 따르면 위계, 위력, 이에 준하는 방법으로 성매매를 강요당한 사람은 ‘성매매 피해자’이고, 이들의 성매매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돼 있다. 헌재는 A씨와 모국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유일한 사람이 알선자였던 점, 소액의 생활비만 가지고 있어 소개비를 갚기 어려웠던 점 등을 종합하면 A씨가 성매매를 자유의사로 선택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특히 헌재는 A씨가 성매매 직후 출국하려다 알선자에게 잡혀 감금된 점 등을 보면 A씨 주장에는 신빙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청구인은 자신이 성매매 피해자임을 적극적으로 주장했으므로 검찰은 성매매 피해자가 아님을 증명할 자료를 수사했어야 한다”며 “그럼에도 추가 수사 없이 청구인의 혐의를 인정하고 기소유예 처분을 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헌재 관계자는 “여성 이주노동자의 언어적, 경제적, 사회적, 심리적 취약성을 고려해 성매매에 이르는 과정에 직접적 협박이나 적극적 거부가 존재하지 않더라도 ‘위력에 의해 성매매를 강요당한 피해자’에 해당할 수 있음을 밝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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