윅픽

마사지젤이라 쓰고 러브젤로 유통된다?

2021.03.17 16:29

[윅픽]마사지젤이라 쓰고 러브젤로 유통된다?

‘시크릿 마사지젤’ ‘이너젤’ ‘러브 밸런스 테라피 젤’ ‘프로텍트 젤’….

평범한 마사지젤이 아닌 듯한 뉘앙스를 풍기는 이 제품들의 용도를 아시나요? 성교통을 줄이기 위해 쓰는 ‘성 윤활제’(lubricant)입니다. 이런 제품들의 제조·판매사는 용도를 설명하지 않고 ‘#부부젤’ ‘#커플템’ 같은 해시태그나 ‘러브젤 대용으로도 사용 가능합니다’와 같은 설명을 덧붙입니다. 왜 용도를 정확히 표기한 제품이 없는 걸까요. 현재 한국 정부엔 성 윤활제 관리체계가 없기 때문입니다.

한국 사회에서 인체에 사용되는 윤활제는 크게 두 종류입니다. 내시경과 같은 의료기기를 성기 등에 삽입할 때 쓰이는 ‘윤활제’와 ‘성 윤활제’입니다. 의료기기와 함께 쓰이는 윤활제는 법적으로 ‘의료기기’로 분류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심사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성 윤활제는 별도의 관리 기준이 없습니다. 제조·판매사들은 러브젤(성 윤활제)을 ‘화장품’으로 유통 중인데, 정부의 화장품 표시광고 가이드라인상 ‘성관계를 암시하는 표현’은 써 서는 안됩니다. ‘러브젤을 러브젤이라 부르는 못하는’ 현상이 벌어진 이유입니다.

성관계용 윤활제의 존재를 인정조차 하지 않는다면 안전성 논의는 낄 틈이 없습니다. 제조사의 안전성 홍보 문구를 있는 그대로 믿기엔 불안합니다. 정부가 나서서 안전 기준을 만들어 심사를 한다면 어떨까요? 실제 미국은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성 윤활제 안전 기준을 갖춰서 일부 제품에 ‘FDA 승인’을 해 주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도 성 윤활제 안전 가이드라인이 있습니다. 이 가이드라인을 보면, 윤활액의 삼투질 농도는 380mOsm/kg을 넘지 않는 게 가장 이상적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출시돼 있는 성 윤활제의 삼투질 농도는 2000~6000mOsm/kg에 이르기 때문에 WHO는 ‘1200 이하’라는 권고치를 제시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글리세린 함량은 9.9% 프로필렌 함량은 8.3% 이하여야 합니다.

러브젤은 질 점막에 흡수되기 때문에 여성의 생식건강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제품입니다. 성 윤활제 유통시장은 점차 커져가고 있습니다. 러브젤을 방치하는 현상, 여성 생식건강에 무관심한 정부 태도와 과연 관련이 없을까요. 정부는 언제쯤 성 윤활제의 안전 관리 기준을 만들고 규제에 나설까요.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