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기 해야하고·무덥고·손님은 없고···자영업자 '3중고' 시름

2021.07.16 15:39 입력 2021.07.16 18:47 수정

16일 오후 서울 강남역 인근의 한 스포츠용 신발 매장이 에어컨을 켠 채 출입문을 열어놓고 영업 중이었다. 한수빈 기자

16일 오후 서울 강남역 인근의 한 스포츠용 신발 매장이 에어컨을 켠 채 출입문을 열어놓고 영업 중이었다. 한수빈 기자

“한 시간에 10분씩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하고 있어요. 코로나 때문에 고객들 걱정도 커 환기를 하려면 어쩔 수 없죠.”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화장품 가게를 운영 중인 40대 김모씨는 문을 활짝 열고 영업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16일 강남역에서 신논현역까지 이어지는 600여m 거리에 있는 상가 60여곳 중 절반이 넘는 곳이 에어컨을 켠 채 출입문을 열어놓는, 이른바 ‘개문냉방’ 상태에서 영업 중이었다. 문을 열어두면 전력소비는 3~4배 더 많아지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주기적으로 환기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 확진자 급증으로 정부의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가 4단계로 높아진 이후에는 가게를 찾는 손님들도 거의 없어졌다. 문을 열어 놓는다고 방문객 유입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전기요금이 더 걱정이다.

강남역 인근 과자가게에서 일하는 김모씨(22)는 “에어컨이 총 3대인데, 전기요금이 많이 나올까봐 1~2대 정도만 켰다 껐다를 반복하고 있다”며 “그래도 환기 차원에서 문은 하루 종일 열어 놓는다”고 말했다.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도 비슷한 풍경이었다. 신사역 입구에서 현대고까지 이어지는 600여m 거리의 상가 30곳도 문을 열어놓고 있었다. 가로수길 인근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박모씨(49)는 “문을 닫아놓으면 26~28도라는 적정온도를 맞춰 놓을 수 있는데, 문을 열어두면 더우니까 에어컨을 더 세게 틀어야 한다”며 “오던 손님들도 안 오는 상황인데 전기료 부담까지 걱정이 크다”고 했다. 인근 일식집 사장 배복희씨(49)는 “구청에서 바이러스가 퍼진다고 환기를 지시해 열어놓고 장사하고 있다”며 “어떤 손님은 ‘너무 덥다고 문을 닫아달라’고 하고, 또 다른 분은 ‘환기가 필요하지 않냐’고 해 맞춰드리기가 참 힘들다”고 말했다.

불볕더위가 예년보다 이른 시기에 시작된 데다 이 같은 ‘방역 특수 상황’도 최근 비상이 걸린 전력수급 상황을 부채질하는 듯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피크시간대인 오후 5시를 기준으로 전력예비율은 지난 7일 17.5%를 기록한 이후 꾸준히 떨어져 15일에는 10.9%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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