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값싸게 수리해 오래 쓸 수 없나

2021.10.05 22:18 입력 2021.10.05 22:21 수정

“전자제품 수명 1년 연장 = 자동차 200만대 운행 중지 효과”

외신 “아이폰 1개 생산에 64㎏ 탄소 배출”…중금속 폐기물 처리도 문제

세계 각국서 ‘수리권’ 공론화 확산…국내도 국회서 관련법 논의 시작돼

세계 각국에서 스마트폰을 수리해 오랫동안 사용할 권리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려면 전자제품 생산 과정에서의 탄소 배출과 폐기물에 의한 환경 오염도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연합은 이미 소비자의 수리권을 명시한 법령을 만들었고 한국에서도 국회 논의가 이미 시작됐다.

스마트폰이 2년쯤 사용하면 고장 나거나 수리비가 비싸게 책정돼 새 제품을 사도록 유인하는 것에 대한 비판은 이전에도 있었다. 제조업체의 ‘계획된 노후화’란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애플은 사설 센터에서 수리할 경우 품질 보증을 거부하는 등 폐쇄적인 수리 정책으로 불만을 샀다.

5일 업계와 환경단체 등에 따르면 스마트폰 수리권 논의가 확대된 것은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 때문이다. 유럽환경국은 “유럽에서 스마트폰 등 전자제품 수명을 1년 연장하면 자동차 200만대의 운행을 중지한 것과 같은 결과를 얻는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지난 4일 미국 CNN은 애플이 아이폰13 1개를 만드는 데 광물 채굴부터 정제, 부품 생산, 조립, 배송까지 총 64㎏의 탄소가 배출된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인 12억5000만대를 곱하면 매년 스마트폰 구입으로 약 8000만t의 탄소가 배출된다고 할 수 있다. 비소·납·수은 등 중금속이 포함된 폐기물 처리도 문제다. 블룸버그그린에 따르면 2019년 스마트폰을 포함한 전자제품 폐기물은 5360만t인데 그중 오염을 줄이는 방식으로 재활용된 것은 17%에 불과하다.

스마트폰 업체들은 혁신을 담았기 때문에 저가 수리가 쉽지 않다는 주장을 강하게 펴고 있다. 애플은 제품 보안과 안정적인 수리 등을 이유로 폐쇄적인 수리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소비자의 수리권을 주장하는 단체들은 ‘그렇다 하더라도 제조사가 부품과 매뉴얼을 외부에 개방해 중소 업체에서도 쉽게 수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은 올해부터 수리권 주장을 법령에 반영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7월 공급자가 수리에 대한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지 못하도록 명시한 ‘미국 경제의 경쟁 촉진을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사실상 애플의 폐쇄적인 정책을 겨냥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유럽연합은 지난 3월 10년간 부품을 보관하고 수리 설명서도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하는 수리권 보장법을 시행했다. 현재 세탁기, 냉장고, TV 등에 적용 중인데 향후 스마트폰과 컴퓨터로 대상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한국도 김상희 국회부의장이 지난달 ‘소비자 수리권 보장법’(단말기 유통법 개정안)을 발의해 법안 논의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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