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오염 역학 관련성 첫 인정, 주민들이 해냈다”

2021.12.07 22:02 입력 2021.12.07 22:05 수정

‘장점마을’ 암 집단발병 피해 규명…3년의 기록 책 낸 손문선 대표

전북 익산의 집단 암발병과 관련해 원인 규명과 대책 마련에 앞장선 손문선 좋은정치시민넷 대표는 “장점마을이 정부로부터 환경 역학관계를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은 주민과 지역사회가 한뜻으로 뭉쳐 싸웠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좋은정치시민넷 제공

전북 익산의 집단 암발병과 관련해 원인 규명과 대책 마련에 앞장선 손문선 좋은정치시민넷 대표는 “장점마을이 정부로부터 환경 역학관계를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은 주민과 지역사회가 한뜻으로 뭉쳐 싸웠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좋은정치시민넷 제공

“장점마을 참사, 관리·감독 부재, 허술한 법이 원인
환경오염에 노출된 농촌, 이제는 정부가 보호해야”

전북 익산 장점마을은 암 집단발병으로 주민들이 큰 어려움을 겪는 곳이다. 40가구 80여명이 사는 시골마을에서 33명이 암 진단을 받았다. 15명이 사망했고, 18명은 투병 중이다. 환경부는 2019년 11월 ‘장점마을 인근 비료공장과 주민의 암 발생 사이에 역학적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발표했다. 장점마을과 인접한 비료공장에서 담뱃잎 찌꺼기인 ‘연초박’을 태우면서 발생시킨 담배특이 니트로사민(TSNAs)이 주민들에게 치명적이었다는 것이다. 정부가 환경유해요인이 암을 발병시킬 수 있다는 인과관계를 인정한 첫 사례였다.

“환경오염 역학 관련성 첫 인정, 주민들이 해냈다”

이는 정부의 능동적 규명이 아닌 시민사회의 집요한 노력에 의한 것이었다. 이런 모든 과정을 담은 책 <장점마을>(사진) 출판기념회와 토크쇼가 7일 원광대 숭산기념관에서 열렸다.

책의 저자인 손문선 좋은정치시민넷 대표(54·장점마을 환경비상대책 민관협의회 위원)는 이날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주민들과 함께 피해 원인을 밝히기 위해 싸웠던 3년간의 과정을 기록한 것”이라며 “공무원들의 인식이 바뀌고, 허술한 법도 개정돼 장점마을과 같은 환경 참사가 더는 발생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집필했다”고 말했다.

“장점마을 참사 원인은 무엇일까요. 비료공장의 온갖 불법행위와 행정기관의 관리·감독 부재, 산업 중심의 허술한 환경 관련 법 때문에 발생한 것입니다. 대부분 70세가 넘은 고령의 농촌 주민들은 17년 동안 쉼없이 싸웠습니다. 비료공장이 암 발병 원인이라는 인과관계를 정부가 인정한 것은 국내 처음이었어요.”

그는 주민들이 암 발병에 꾸준히 의문을 제기했고, 지역사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학계 전문가와 법률가, 정치인, 시민단체 활동가, 언론인들이 민관협의회 위원으로 힘을 합쳐 사태를 해결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장점마을 모델은 향후 국내 환경 피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주민들이 희망한 민관협의회는 2017년 5월 구성됐어요. 정부가 실시한 역학조사 과정에 참여했고, 시료 채취 지점 등도 제시했어요. 공장 굴뚝으로 어떤 오염물질이 얼마나 배출됐는지를 조사해 달라고 촉구해 받아들여졌어요. 환경부가 주민설명회를 통해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을 때는 한국역학회 자문회의와 국회 토론회를 끌어내 결국 정부로부터 ‘역학적 관련성이 판단된다’는 공식 인정을 받아냈습니다.”

손 대표는 장점마을 사건을 계기로 환경문제는 남의 문제가 아닌 내 문제라는 인식이 확산돼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을 망치는 오염물질은 눈에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무관심하면 모두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사업장은 영세해서 비용이 적게 드는 농촌으로 파고드는 게 현실이다. 그만큼 방지시설은 허술하고, 행정기관의 관리·감독 손길도 미치지 못한다. 장점마을은 이런 현실을 단적으로 증명했다.

그는 “장점마을 사태를 통해 많은 지역의 농촌 주민들이 환경오염에 노출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면서 “농촌에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폐기물 재활용시설 등 공장들이 들어서지 못하도록 제도를 강화해야 하고, 원인도 모르고 질병에 걸려 고통받고 있는 고령의 농촌 주민들은 정부가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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