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는 연주’는 기본, ‘남들과 다른 연주’ 고민한다

2024.07.02 11:02 입력 2024.07.02 17:28 수정

바이올리니스트 김동현 인터뷰

마포문화재단 ‘M 아티스트’ 선정

3일 시작으로 4차례 연주회

바이올리니스트 김동현. 마포문화재단 제공

바이올리니스트 김동현. 마포문화재단 제공

바이올리니스트 김동현(25)은 “모범생이 아닌 줄 알았고 아니고 싶었다. 어떻게든 틀에서 벗어나려고 했다”고 말했다. 뜻대로 되는 일은 아니다. 타고난 성품을 어기긴 힘들기 때문이다. “결국은 정돈, 정리, 규율을 추구하는 방향을 선호하더라고요.”

‘모범생 기질’이 예술가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통념도 있지만, 실상은 조금 다르다. 클래식 연주자처럼 수년 동안 “밥 먹고 잘 때 빼고 계속 연습”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엄격한 규율을 강제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김동현은 그런 과정을 통해 2013년 이화경향음악콩쿠르 1위, 2018년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우승, 2019년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 3위를 차지했다.

여러 콩쿠르 수상 경력답게 “진지한 음악성과 테크닉”(2018 서울국제음악콩쿠르 강동석 심사위원장)을 인정받고 있지만, 최근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만난 김동현은 “‘잘하는 연주’는 중요하고 첫 번째 목표지만, 동시에 ‘남들과 다른 연주’를 고민한다”고 말했다. 과거에 비해 젊은 연주자들의 실력이 상향평준화됐기 때문이다. 그렇게 고민해서 찾은 자신만의 장점은 무엇일까.

“무대에서 협력적이고 관객이 집중하게 한다는 장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성격상 매사에 진지하게 다가가고, 음악도 엔터테인먼트 측면보다는 공부해야 할 학문으로 대합니다. 장점이지만 어떨 때는 단점일 수도 있겠네요.”

김동현은 올해 마포문화재단 ‘M 아티스트’로 선정됐다. 이는 가능성 있는 젊은 클래식 연주자를 선정해 여러 번의 공연을 스스로 기획하게 하는 제도다. 금호문화재단, 롯데콘서트홀 등 민간기업이 유사한 상주음악가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기초문화재단 차원에서는 ‘M 아티스트’가 유일하다. 김동현은 올해 마포문화재단 클래식 공연 테마인 ‘보헤미안’에 맞춰 2차례의 리사이틀(7월3일·12월6일)과 야외 리사이틀, KBS교향악단 협연 등 모두 4차례의 공연을 한다. 3일에는 라벨, 버르토크, 프로코피예프, 사라사테의 곡을 연주한다.

김동현은 이번 연주회의 프로그램 노트를 직접 썼다. 라벨은 “작품 내에서 즉흥적이고 자유로워 보이는 구간도 정밀하고 섬세한 계획과 설계 안에서 만들어내는 특징이 있다”고, 사라사테의 ‘카르멘 판타지’를 두고서는 “작곡자 본인이 너무나 뛰어난 바이올리니스트였기에 그 기술의 경지를 뽐내고자 하는 의도가 드러나는 곡”이라고 적었다. 곡의 특성뿐 아니라 ‘보헤미안’에 걸맞은 작곡가의 삶도 살폈다. 김동현은 연주자는 ‘번역가’의 속성을 갖고 있다고 여긴다. “본인의 개성을 드러내는 것 못지않게, 작곡가의 의도가 담긴 곡을 무대 위에 올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연주 실력은 곧 작곡가의 의도를 옮기는 ‘번역 실력’인 셈이다. 연주할 곡이 정해지면 작곡가의 삶을 조사하고 당시 사회 분위기까지 살피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김동현은 독일 뮌헨 음대에서 공부하다 당시 지도교수였던 크리스토프 포펜을 따라 스페인 마드리드 레이나 소피아 음악학교로 옮겨 수학하고 있다. 김동현은 “뮌헨은 보수적이고 깨끗하고 부티 나는데 지루하고, 마드리드는 날씨가 좋고 음식이 맛있는데 인도가 좁은 데다 위생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바이올리니스트 김동현. 마포문화재단 제공

바이올리니스트 김동현. 마포문화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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