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 심사평 - “소설 세계 성실한 답파 보여주는 확신·통찰 돋보여”

2015.01.01 21:24 입력 2015.01.01 21:27 수정
황광수·황종연 | 문학평론가

이번 평론 부문 응모작은 총 33편으로, 근래 주요 일간지의 신춘문예 공모에서는 유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많은 편수다. 경향신문이 문학평론가 지망자들 사이에 얻어온 인기와 신뢰를 새삼스레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응모작 중에는 신춘문예 평론의 관례대로 동시대 한국의 시나 소설을 대상으로 삼은 글이 많았고, 텍스트 분석이나 비평 어휘 구사 같은 기초적인 측면에서 안정된 글 또한 많았다.

황광수(오른쪽), 황종연 평론가가 경향신문 신춘문예 문학평론 부문 심사를 하고 있다. | 김정근 기자

황광수(오른쪽), 황종연 평론가가 경향신문 신춘문예 문학평론 부문 심사를 하고 있다. | 김정근 기자

그러나 참으로 평론답다고 말할 만한 글은 드물었다. 대다수의 글이 그 작품, 그 작가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를 제시하지 못했고, 그 대상을 둘러싼 쟁점에 주의하지 않았으며, 당론과 통설에 맞서는 신진의 기세를 보여주지 못했다. 기성 평단의 은어를 넘어 문학을 세상 속에 돌려놓는 비평과 심판의 장절한 언어가 아쉬웠다. 후보로 마지막까지 남은 작품은 한강론 ‘아직 들려야 할 말의 숨소리’, 그리고 김훈론 ‘안전거리없음: 성실성과 무장 Siren의 진화’ 두 편이었다.

전자는 한강의 신작을 중심으로 트라우마적 역사와 대결하는 작가 특유의 방식과 그 의의를 조명한 글이다. 시의에 맞게 선택한 주제를 집중적으로 탐구한 장점이 돋보였다. 그러나 평론이 되기에는 아직 서툰 문장이었고 창의적인 발상이 부족했다. 특히 대상 텍스트의 의미를 지나치게 단순화하고 있다는 의심이나 아감벤 같은 사상가들에게 의존하여 도식적으로 읽고 있다는 의심을 면하기 어려웠다.

후자는 김훈 소설에 대해서는 물론 그에 대한 평단의 논의에 대해서도 친숙한 상태에서 쓰였다는 인상을 주었다. 김훈 소설이 한 개의 세계를 만들었다고 한다면 그 세계를 성실하게 답파하고 조사한 결과로 얻어진 자기 나름의 조예와 확신을 내보인 글이었다. 더욱이 글 곳곳에 작지만 빛나는 통찰을 품고 있었다. 대상 텍스트를 새롭게 만드는 비평적 기예에는 미달이지만 공감과 이해라는 면에서는 특출했다. 당선을 축하하며 정진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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