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 당선소감 - “말하기를 두려워하고 두려운 말을 하겠습니다”

2015.01.01 21:24 입력 2015.01.01 21:27 수정

[2015 경향 신춘문예]평론 당선소감 - “말하기를 두려워하고 두려운 말을 하겠습니다”

오른발이 맨발인 채로 길 위에 있었습니다. 낯선 발들이 제 오른발의 밑을 대어 주었고, 저는 가까스로 걸었습니다. 걸음과 걸음 사이가 너무 멀어 그냥 서 있는 것만 같았습니다.

가만히 서 있는 저를 두고 풍경이 앞질러 갔습니다. 계절은 머물지 않았고, 소중했던 사람들이 더러는 떠나고 더러는 남았습니다. 가끔은 아름다웠고 오랫동안 조급했습니다. 몇 걸음 옮기지도 못했는데 떨어트린 것은 많습니다. 아직은 그것들을 돌아볼 자신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무엇을 향해 걷는 것도 아닙니다. 저 앞에 맨발로 세상을 걸어가고 계신 아버지가 있습니다. 가까이에 어머니와 동생이 있었습니다. 우리 곁으로 시간이 더디게 흐르길 간절히 바랍니다.

바라보고 우러르는 발자국이 있습니다. 방민호 교수님, 김주현 교수님께 마음 깊이 감사드립니다. 더듬어 좇겠습니다. 여러 교수님과 오직 글로밖에 만나 뵙지 못한 선생님들이 계십니다. 저에게 힘이 되고 길이 되었음을 고백합니다. 혼자서는 절대로 가지 못할 길임을 알기에 대학원 선후배님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한 줌의 무게로 작은 방에 숨었던 날들이 있었습니다. 그때 위로가 되었던 많은 글들에 저는 빚졌습니다. 늘 따뜻한 고향 친구들, 든든한 후원자 심·장·정 선생님 감사합니다. 이 글의 진통을 고스란히 받아 주었던 황과 정, 그리고 이지훈에게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모자라고 성근 글을 보아주신 황광수, 황종연 심사위원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評論’이라는 낱자 낱자에 실린 무게가 엄습합니다. 많이 읽고, 오래 생각하고, 꾹꾹 눌러 쓰겠습니다. 말하기를 두려워하고 두려운 말을 하겠습니다.

▲ 이지은(32)

△1983년 대구 출생 △2006년 7월 경북대 국문학과 졸업 △2010년 2월 서울대 국문학과 석사 △현재 서울대 국문학과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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