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심사평 - “소설 다루는 솜씨 뛰어나… 다음이 더 기대돼”

2014.12.31 20:34 입력 2014.12.31 20:45 수정
최인석·윤대녕 | 소설가

최인석(왼쪽), 윤대녕 소설가가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부문 심사를 하고 있다. | 김정근 기자

최인석(왼쪽), 윤대녕 소설가가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부문 심사를 하고 있다. | 김정근 기자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올라온 작품은 모두 10편이었다. 이들 작품을 놓고 선자들은 전반적으로 현실 환기력이 떨어진다는 데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소설이란 무릇 상상력을 바탕으로 현실을 재구성해 삶의 지속 가능성을 묻는 장르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작품들이 파편적이고 모호한 장면의 나열에 그치면서 공감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젊은 세대의 왜소해진 의식을 반영한 것일까? 이상의 얘기들이 오간 끝에 ‘터널’ ‘오늘의 날씨’ ‘숨바꼭질’ ‘입체적 불일치’ 네 편으로 압축해 놓고 다시 논의를 진행했다. ‘터널’은 비교적 안정된 문장으로 이야기를 끌고 나가다 후반부에 이르러 서사체계가 붕괴 되었다. ‘오늘의 날씨’는 그 어조와 톤이 호소하는 여운에 시선이 끌렸으나, 막상 구체적인 주제 제시가 없어 모호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숨바꼭질’과 ‘입체적 불일치’를 두고 선자들은 긴 시간에 걸쳐 논의를 거듭했다. 치열한 경합을 벌였던 게 아니라, 어느 쪽도 당선이 주는 무게감을 지탱하기에 한 움큼씩 부족하다는 의미에서였다. 무려 1200여편이나 되는 응모작 중 단 한 편에 해당하는 소설이기에 더욱 까다로운 심정이 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숨바꼭질’이 제외되었는데, 이 작품은 주제의식이 뚜렷한 데 비해 별다른 전술적 시도 없이 이야기가 수평적으로 흘러가면서 독창성이 결여된 작품이 되고 말았다.

그렇다면 ‘입체적 불일치’가 과연 단 한 편의 돌올한 소설일까? 심사가 끝나고 나서도 선자들은 의구심이 포함된 여운에 사로잡혀 있었다. 소설을 다루는 솜씨는 그중 뛰어났으나, 지나친 기교와 서사가 뒤틀리는 장면도 간간이 목격되었다. 또한 문제의식이 부족하다는 느낌도 끝내 지워내기 힘들었다. 그럼에도 이 작품을 당선작으로 결정한 것은 온전히 하회(下回)에 대한 뜨거운 기대 때문이었다. 당선을 축하하며 부디 좋은 작가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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