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당선소감 - “책으로 만났던 이들이 나를 선택… 눈밑이 뜨거워”

2014.12.31 20:33 입력 2014.12.31 20:45 수정

[2015 경향 신춘문예]시 당선소감 - “책으로 만났던 이들이 나를 선택… 눈밑이 뜨거워”

올해는 유독 어머니의 투병이 아름다웠고 건강을 찾은 그녀에게서 상상할 수 없는 감사의 의미와 진폭을 깨달았다. 서랍 어디쯤에 크로키한 태양이 있을 것이다. 나는 그것을 점퍼 안쪽 주머니에, 또는 뒷주머니에 꼬깃꼬깃 넣고 다녔다. 어느 순간부터는 그것을 까맣게 잊었다. 특별한 일도 아니었다. 누구나 잊고 산다. 나는 어느 지층에 숨어 있던 언어였을까. 어떤 문장은 대답할 수 없어서 무거웠고, 어떤 대답은 질문의 근처에서만 맴돌았다. 밤의 유전자가 열목어처럼 자라는 것인지, 열목어에선 왜 자꾸 눈먼 단어들만 떠오르는지. 열차가 지나간다.

우선 영덕 스님께 감사드린다. 막막하던 내게 화엄을 소개해 주셨고 감수성을 잃지 말 것을 당부하셨다. 난 스님이 야단치셨던 그 계절을 잃고 싶지 않다. 이원 선생님, 퇴고를 가르쳐주셨던 그 분을 감격스러운 8주라 부르고 싶다. 12월1일 임택수형을 처음 만났다. 그리고 차영일…, 말을 아껴야 할 사람들.

서울에서 이주해 적응하기 힘들던 울산생활이 있었다. 이런 형태의 이주는 언제나 상투적이고 적응의 실패는 늘 언어가 문제다. 세리을이란 고교 문학동아리에 들었고 재미있었다. 오래전이지만 이런 일들은 대체로 잊히지 않는다.

무엇보다 책으로만 만나뵈었던 분들. 나를 선택하셨다. 말들이 수증기처럼 끓어오르며 눈 밑이 뜨겁다. 그런데 어떻게 표현하더라도 굳어진 수증기는 이렇게만 고정되는 것이다. 이시영, 황인숙 선생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김관용

△1970년 서울 출생 △1997년 2월 울산대 철학과 졸업 △2014년 8월 동국대 불교학과 석사 △현재 동국대 불교학과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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