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혼으로 그리고 빚은 ‘오똑이’, 모성의 힘을 일깨우다

2022.09.14 15:56

양순열 작품전 ‘어머니, 오똑이를 세우다’, 학고재갤러리

인간과 세상의 천착 성과물, 회화와 조각 200여점 선보여

양순열 작가의 개인전 ‘어머니, 오똑이를 세우다’가 학고재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은 조각 시리즈 ‘오똑이’(왼쪽)와 회화 시리즈 ‘현현(玄玄) 53’(캔버스에 아크릴릭 과슈, 200x200cm, 오른쪽 벽)이 설치된 전시장 전경 일부. 학고재갤러리 제공

양순열 작가의 개인전 ‘어머니, 오똑이를 세우다’가 학고재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은 조각 시리즈 ‘오똑이’(왼쪽)와 회화 시리즈 ‘현현(玄玄) 53’(캔버스에 아크릴릭 과슈, 200x200cm, 오른쪽 벽)이 설치된 전시장 전경 일부. 학고재갤러리 제공

오뚝이가 중진의 양순열 작가(63)에게는 모성이다. 어떤 고난과 역경에도 다시 오뚝오뚝 일어서서 자식을 품어안는 엄마의 사랑, 마음을 오뚝이에 녹여낸다. 나아가 우주 만물의 생명력 근원인 모성의 회복이야 말로 세상의 온갖 문제들을 풀 수있을 것으로 본다. “모성은 우주와 한마음이 되고 인간뿐아니라 존재하는 모든 것들과 더불어 나아갈 때 가능하다. 우리 삶이 우상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긍정적인 부적 같은 에너지 덩어리 그 자체이다.” 양 작가는 그래서 오늘도 ‘오똑이’(오뚝이의 작가 표현)인 모성을 자신만의 예술세계로 캔버스에 표현하고 조각으로 빚어낸다.

양순열 작가의 작품전 ‘어머니, 오똑이(Motherly Ottogi)를 세우다’가 학고재갤러리(서울 삼청로)에 마련됐다. 회화 20여점, 크고 작은 조각 190여점 등 200여점이 전시실 3곳에서 선보이고 있다.

양순열의 ‘호모 사피엔스 10’(브론즈에 카페인트, 43.5x41x48.5cm, 왼쪽)과 ‘호모 사피엔스 17’(브론즈, 18.5x17x48.5cm). 학고재 제공

양순열의 ‘호모 사피엔스 10’(브론즈에 카페인트, 43.5x41x48.5cm, 왼쪽)과 ‘호모 사피엔스 17’(브론즈, 18.5x17x48.5cm). 학고재 제공

회화는 ‘현현(玄玄)’ ‘드림’ 시리즈가 중심이고, 조각은 ‘오똑이’와 ‘호모 사피엔스’ 등이다. 조각 ‘오똑이’는 치마를 입은 엄마를 형상화한 듯하다. 손바닥보다 작든, 어른 만한 크기든 쓰러뜨려도 바로 오뚝 일어선다. 쓰러지지도 사그라지지도 않는 모성의 한 특질이다. ‘호모 사피엔스’는 추상적이다. 오래전부터 작업하고 있는 연작 ‘호모 사피엔스’는 관람객 저마다 다르게 읽어낸다. 생명력 넘치는 모성의 기운, 세상을 관조하는 명상적 모성, 나아가 실존적 물음을 던질 수밖에 없는 우리 인간을 마주할 수도 있다.

‘현현’ 등 회화 연작은 원과 여러 곡선들이 화면 위에서 갖가지 색으로 만나거나 흩어지는 색면추상이다. 색면들이 교차하며 만드는 뾰족한 예각들과 예각마저도 포용하는 부드러운 선들이 화면에 공존한다. 맑고 밝은 색면들은 때로 오똑이의 형상을 만들기도 한다.

양순열 작가의 ‘오똑이’ 설치 전경. 학고재 제공

양순열 작가의 ‘오똑이’ 설치 전경. 학고재 제공

모성의 본질, 나아가 인간과 비인간의 공생이라는 확장된 모성의 정수만을 모아 놓은 듯 화면은 장식적 군더더기 하나 없이 간단명료하다. 단순화된 구도의 작품은 오히려 모성의 의미를 더 되새기게 한다. 윤재갑 독립큐레이터는 전시글에서 “흩어져 있던 시간과 공간·물질·에너지가 격렬하게 통합되며 새로운 차원을 향해 나아간다”며 “양순열의 작품들은 언제나 밝고 생기 있는 에너지의 파장으로 가득 차 있다”고 말했다.

회화와 조각 곳곳에서 장르를 넘나드는 작가의 내공이 엿보인다. 특히 작가가 꾸준하게 탐구해온 주제인 호모 사피엔스를 담아낸 2006년의 대작(214×446㎝) ‘호모 사피엔스-경배’도 신작들 사이에 선보인다. 최은주 대구미술관장은 전시글에서 “양 작가는 집요하게 탐색해온 호모 사피엔스라는 주제를 ‘긍정적인 부적 같은 에너지 덩어리’인 모성으로 확장해왔다”며 “인간의 욕망과 그에서 빚어지는 인류세의 종말을 순수한 모성으로 극복하자고 이야기하는 예술가, 우주의 모든 존재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신념, 그 신념의 중심에서 모성의 힘을 다시 일깨우는 예술가”라고 평했다. 전시는 25일까지.

양순열 작가의 개인전 전시장 일부 전경. 뒷면 벽에 대작의 회화 ‘호모 사피엔스-경배’도 보인다. 학고재 제공

양순열 작가의 개인전 전시장 일부 전경. 뒷면 벽에 대작의 회화 ‘호모 사피엔스-경배’도 보인다. 학고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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