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위주 규제 완화로는 경제민주·활성화 모두 놓쳐”

2014.03.05 21:50

전문가가 보는 규제 완화

대학생들의 목숨을 앗아간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 사고를 계기로 정부가 폭설에 대비해 건축 기준을 강화하기로 했다. 모든 규제는 이처럼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다. 그러나 영구불변하는 규제는 없다. 과학기술 발전이나 사회·경제적 여건에 따라 모든 규제는 달라진다. 박근혜 정부가 추구하는 규제 완화 정책도 이런 점에서 당위성이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규제 완화 과정에 국민은 철저히 소외돼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규제 완화 내용보다 절차의 문제점을 더 크게 지적했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규제 강화가 언제나 선(善)이고, 완화가 언제나 악(惡)은 아니다”라며 “다만 현재의 규제 완화는 과거 불합리한 규제를 조정해 합리성을 제고하려는 측면보다는 일방적 완화 쪽으로만 분위기가 흐르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원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도 “규제 완화라는 기조 자체보다는 그 정책을 펴는 과정에서 어떻게 이해관계를 조정해 나가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동원 교수는 “규제를 완화해서 이익을 보는 쪽과 손해를 보는 쪽 간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며 “이해관계 조정없이 숫자로만 규제 수를 줄인다거나 하는 것은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규제 완화 과정의 비민주성은 불투명하게 운영되는 규제개혁위원회 탓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김상조 교수는 “규제 강화든 규제 완화든 어떤 과정을 거치느냐가 규제의 합리성을 제고하는 것에 중요한 포인트인데 선출되지도 않은 사람들이 책임질 수 없는 권한을 행사하고 있는 지금의 규제개혁위원회는 제대로 된 시스템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제일 중요한 것이 규제개혁위원회”라며 “규제개혁위원회에 누가 있고, 거기서 무슨 일을 하는지 국민들이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다”고 말했다.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 내용에 관해서는 평가가 엇갈렸다. 김상조 교수는 “정부의 경제혁신 3개년 계획 중 규제 완화는 대기업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며 “규제 완화가 지향하는 모델이 ‘낙수효과’ 모델의 부활이라면 이는 경제민주화와 경제활성화를 둘 다 실패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정호 전 자유기업원장은 “후진국일수록 공무원의 간섭이 심하고 규제가 많은데 한국은 굉장히 규제가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김 전 원장은 또 “정부 부처가 국무회의를 거쳐서 국회에 제출하는 법안은 규제개혁위원회를 거치게 돼 있지만 공무원이 이를 피하기 위해 의원입법을 통해 규제를 양산하고 있다”며 “좋은 취지로 규제개혁위원회가 작동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김동원 교수는 “규제를 완화, 철폐하겠다는 기조나 이야기는 기업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최대의 방편”이라며 “김대중 정부를 비롯해 정부마다 반복했던 이야기이기 때문에 이번에도 크게 새롭거나 특별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김동원 교수는 또 “규제 완화와 함께 강조된 ‘일자리 창출’ 문제는 노동시장의 기득권을 갖고 있는 노조와의 문제, 비정규직과 정규직 간의 임금 차별 등 숨어 있는 이해관계의 갈등을 조정해야만 규제 완화로 인한 일자리 창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