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인은 어떻게 2세기만에 ‘난쟁이’에서 ‘거인’으로 변신했나

2015.04.09 16:25

네덜란드는 ‘거인’들의 나라다. 여성의 평균 신장이 171㎝, 남성은 185㎝다. 그러나 사실 네덜란드인들은 약 200년전만 해도 평균 신장이 166㎝ 정도로 유럽에서는 가장 작은 축에 들었다. 비슷한 시기 서구 국가들의 평균키를 보면, 스웨덴은 169㎝, 영국 168㎝, 독일 169㎝, 미국 173㎝ 등이었다.

대체 지난 2세기 동안 네덜란드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영국 일간 가디언은 9일 과학자들이 네덜란드인들이 세계 최장신이 된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본격적인 연구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네덜란드인들의 큰 키를 설명하는 가장 그럴듯한 설명은 영양이다. 고기와 유제품 등 칼로리가 풍부한 음식을 먹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키 180㎝인 네덜란드 축구 국가대표팀의 아리언 로번은 사실 네덜란드 남성 평균 키보다 약 5㎝ 작은 ‘난쟁이’다. - Gettyimages/멀티비츠

키 180㎝인 네덜란드 축구 국가대표팀의 아리언 로번은 사실 네덜란드 남성 평균 키보다 약 5㎝ 작은 ‘난쟁이’다. - Gettyimages/멀티비츠

전문가들은 이것만으로는 충분한 설명이 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다른 유럽 국가들도 산업혁명 이후 비슷한 정도로 생활과 위생 수준이 향상됐지만 평균 신장은 네덜란드 만큼 늘지 않았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군사 기록에 따르면 이 나라 남성들의 평균 신장은 지난 150년간 20㎝가 늘었다. 반면 미국인은 같은 기간 평균 신장이 6㎝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한국인의 경우 15세기초부터 19세기말까지 큰 변화가 없었는데 이 기간 동안 남성의 평균 키는 161㎝, 여성은 149㎝였다. 이웃 일본은 우리보다 약 6㎝ 평균 신장이 낮았다.

현재 한국 남성의 평균 신장이 173㎝, 여성이 160㎝라는 점에 비춰보면 한국인 역시 지난 150년간 평균신장이 10㎝가 조금 넘는 정도 밖에는 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영국 런던 블룸즈버리 소재 런던위생열대의학대학원의 인구보건 전문가인 게르트 스툴프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네덜란드의 비약적인 평균 키 증가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네덜란드의 관련 자료를 샅샅이 뒤졌다.

연구진이 네덜란드에서 1935~1967년까지 살았던 9만4500명 이상의 의료건강정보를 모아 분석한 결과 키가 큰 남성과 평균 키의 여성 부부가 가장 많은 아이를 낳은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가장 생식력이 풍부한 남성은 평균 키보다 7㎝ 더 컸다. 또 생식력이 가장 떨어지는 남성들과 비교하면 평균 키가 14㎝ 더 컸고 평균 자녀 수는 0.24명이 더 많았다. 키가 큰 여성들도 아이를 평균보다 더 많이 낳는 경향을 보였다.

이런 관찰 결과와 평균 신장 상승과는 어떤 관련이 있을까. 연구진들은 ‘자연선택’(natural selection)의 원리가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키가 큰 사람이 더 많은 자손을 낳으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키가 큰 유전자가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8일 로얄소사이어티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긍정적인 환경 조건에 더해 자연선택이 네덜란드인들의 키가 큰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며 “신장은 유전의 영향을 강하게 받아 키가 작은 부모들보다 키가 큰 부모들이 키가 큰 자녀들을 낳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스툴프 박사는 “다른 조건들이 동일하다면, 키가 큰 사람들은 키가 더 큰 자손을 더 많이 낳기 때문에 후속 세대의 평균 신장은 이전 세대의 평균 신장보다 커지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신장과 출산 자녀 수의 관계는 또한 문화적 취향에 따라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경우, 평균보다 작은 키의 여성과 평균 키의 남성이 자녀 수가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의학계는 일반적으로 성인이 되었을 때의 키는 출생 시 키와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임신 전후로 임산부의 영양 상태가 아이의 키에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조세 정책 역시 키와 상당히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빈민층에게 혜택을 주는 평등한 방식의 소득 재분배가 키의 변화에 기여하고, 출생 시 기대수명과 영유아 사망률 역시 개선시킨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인의 키가 증가하지 못한 이유는 이민자의 문제도 있지만 사회적인 불평등도 주 원인으로 보고 있다. 네덜란드 남자 성인의 키가 미국과 10㎝나 차이가 나는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가 미국인보다 더 평등한 건강시스템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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