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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전수조사 시작 못해…정부 “보잉 믿어보자”

2019.10.30 06:00 입력 2019.10.30 07:07 수정
홍재원 기자

보잉 수리팀 아직 안 들어와

통째로 ‘피클포크’ 교체 예정

점검 안 받은 100여대 운항 중

보잉사가 B737NG의 균열을 해결하기 위해 교체하기로 한 부품 ‘피클포크’. 항공기의 동체와 날개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보잉사가 B737NG의 균열을 해결하기 위해 교체하기로 한 부품 ‘피클포크’. 항공기의 동체와 날개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보잉의 B737NG 일부 기체에서 동체 균열 결함이 발견됐지만 국내 해당 항공기의 수리 및 나머지 B737NG 항공기에 대한 전수조사는 시작조차 되지 않은 것으로 29일 파악됐다. 정부 당국과 항공사는 보잉의 조치만 기다리고 있는 형국이다. 다만 정부는 “해당 기종의 안전 문제는 없다”고 강조했다.

B737NG는 국내 8대 항공사에서 140대 이상 들여와 운항 중이다. 이 가운데 3만회 이상 비행한 42대는 4일부터 시작된 정밀 조사가 끝났다. 그러나 균열이 발견된 항공기 9대는 25일 동안 주기장에 방치돼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는 보잉의 ‘수리팀’이 아직 국내에 도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잉은 균열이 발생한 부품인 피클포크를 통째로 교체해주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보잉이 부품을 준비해 국내에 도착하기 전엔 항공사들이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보잉 수리팀이 도착한 이후에도 부품 교체 및 점검 등에 최소 2~3주 걸릴 것으로 보여 균열이 생긴 항공기는 2개월가량 운항 중지가 불가피하다.

점검을 하지 않은 해당 기종 100여대에 대한 전수조사도 시작되지 않았다. 보잉사는 3만회 이상 비행한 항공기만 긴급 점검하라고 고지했고, 그 이하 비행한 항공기에 대해선 1000회의 추가 비행 허용 등 사실상 5~6개월의 유예 기간을 줬다. 이렇게 되면 당장 수익성이 급한 항공사들은 점검보다 운항을 우선할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항공기 동체 균열에 관한 정밀점검도 받지 않은 항공기들이 몇개월 동안 승객들을 태우고 영업을 지속하는 셈이 된다.

국토부는 미국 항공당국과 협의를 거친 보잉의 지침에 따르는 게 현재로선 최선이라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세계적인 항공사인 보잉사의 기준을 믿어보자”며 “이미 철저한 연구를 통해 나온 대책이어서 신뢰할 만하다”고 말했다. 물론 세계 최대 항공기 제작사의 신뢰도는 높은 편이고, 자칫 서둘러 조치하면 가뜩이나 어려운 항공업계가 더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고려한 것이다.

그러나 미 연방항공청(FAA)도 ‘보잉만 믿다가 맥스와 NG 등에서 결함이 나와 (승인해준) FAA의 신뢰도까지 하락했다’며 보잉을 질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당국은 특히 맥스의 추락 사고 이후엔 자국의 항공산업 육성보다 안전문제를 우선순위에 놓겠다는 점을 보잉 측에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부의 다른 당국자는 “B737NG 기종 문제 해결은 전 세계적으로 함께 진행되고 있고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현재 운항 중인 이 기종의 안전엔 문제가 없으며, 균열이 발견된 기체도 부품만 교환하면 안전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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