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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잉737 '날개 쪽 균열’ 전세계 53대 발견…저가항공사들 '비상'

2019.10.30 06:00 입력 2019.10.30 07:21 수정
홍재원 기자

NG 기종…동체·날개 연결부 금 가

국내서도 9대, 모두 운항중단 조치

보잉 “결함 부위 부품 교체로 해결”

정부 “정비하면 안전성 문제없다”

[단독]보잉737 '날개 쪽 균열’ 전세계 53대 발견…저가항공사들 '비상'

미국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이 제작한 B737NG(넥스트 제너레이션) 기종에서 동체 균열이 발견돼 전 세계시장에서 총 53대가 운항 중지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보잉의 ‘결함 공지’에 따라 세계 각국의 항공사들이 점검한 해당 기종 1130대의 4.7%에 해당하는 수치다. 국내에서도 점검을 실시한 항공기 42대 중 9대에서 균열이 발견돼 운항 중지됐다.

경영 효율상 이 기종만 운용 중인 저비용항공사(LCC)가 많아 국내 업계에는 비상이 걸렸다. 하지만 결함 항공기 수리와 국내에서 운항 중이지만 정밀점검이 안된 B737NG 100여대에 대한 전수조사 등은 아직 시작조차 못했다.

보잉 관계자는 “지난 24일까지 전 세계에서 운항 중인 B737NG 중 3만회 이상 비행한 1130대를 대상으로 정밀점검을 벌인 결과 총 53대에서 동체와 날개가 연결되는 부위에 균열이 발견돼 즉각 운항을 중단했다”고 29일 밝혔다.

보잉 측은 ‘세계 항공시장에서 운항이 중단된 B737NG 현황’에 대한 경향신문 확인 요청에 이같이 답변했다.

다만 보잉 측은 운항이 중단된 항공기의 국가별 분포나 조치 계획 등 세부 사항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보잉은 최근 연이은 추락사고 후 운항이 중단된 B737맥스 기종에 이어 자사의 대표적인 소형기인 B737NG에서도 결함이 발견되면서 창사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특히 항공기 결함은 승객 안전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결함이 발견되면 적어도 일정 기간 운항 중단이 불가피하며, 이에 따른 고객사(항공사) 피해 등을 보잉이 상당 부분 보전해줘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도 이달 초부터 해당 기종 중 3만회 이상 비행한 42대를 대상으로 내시경 검사 등 정밀점검을 실시한 결과 같은 부위에 균열이 발견돼 총 9대가 운항이 중단된 상태다. 점검 기체 대비 균열 발견기 비율은 세계시장(4.7%)보다 4.6배 높은 21.4%에 달한다.

항공당국과 업계는 국내에 있는 나머지 B737NG 100여대도 정밀점검을 실시할 예정이어서 균열이 발견되는 항공기 수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이 기종을 주력으로 삼는 LCC들을 중심으로 항공업계가 긴장상태에 빠졌다. 항공업계는 가뜩이나 일본 노선 축소 등으로 불황에 시달리고 있다.

보잉은 결함 부위의 부품 전체를 새것으로 교체하는 방식으로 균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보잉 측은 “B737NG 고객사들과 (정비와 손실보전 방안 등을)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며 “동체 균열은 보강 정비를 통해 단기간 내에 해결할 수 있는 사안으로, B737NG 기종의 안전성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 경영 효율 위해 단일 기종만 운영한 저가항공사들 ‘초비상’

흔들리는 항공 업계

미국 보잉사가 1996년부터 생산하고 있는 B737NG. B737클래식의 날개 길이와 면적을 늘린 모델로 전 세계에서 7000여대가 운항 중이다. 이 가운데 53대의 동체와 날개 연결 부위에 균열이 발견돼 운항이 중지돼 있다.  보잉코리아 제공

미국 보잉사가 1996년부터 생산하고 있는 B737NG. B737클래식의 날개 길이와 면적을 늘린 모델로 전 세계에서 7000여대가 운항 중이다. 이 가운데 53대의 동체와 날개 연결 부위에 균열이 발견돼 운항이 중지돼 있다. 보잉코리아 제공

보잉의 주력 소형기 B737NG(넥스트 제너레이션) 기종의 동체에서 균열이 발견되면서 세계적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이 ‘겹악재’를 맞았다. 최근 최신 기종인 B737맥스가 잇단 추락 사고로 전 세계적으로 운항이 금지된 데 이어 주력기의 안전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수리와 피해배상을 떠안아야 할 상황에 빠졌기 때문이다.

제주·티웨이가 가진 항공기
모두 NG 기종 ‘리스크’ 커져

국내 항공업계도 해당 기종의 운항 중단 등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경영 효율화 전략의 일환으로 모든 항공기를 이 기종으로 통일한 항공사들도 있어 향후 파장에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 잇단 악재…“보잉 최대 위기”

보잉사는 창사 후 최대 위기
손실 충당금만 약 6조 규모
NG 결함에 더 늘어날 수도

B737NG는 전 세계에서 7000여대가 운항 중인 보잉사의 인기 소형기다. B737-600~900 시리즈를 통상 NG라고 부른다. 국내에는 주로 B737-800(189석)을 중심으로 140대 넘게 도입돼 있다. 29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조사대상 대비 결함 기체 비율이 세계적으로는 4.7% 정도지만 국내에선 21.4%에 달하는 등 후속 조사 결과는 예측하기 어렵다. 보잉은 앞으로도 단계적으로 조사 대상 항공기를 늘려갈 계획이어서 해당 기종 중 결함 항공기는 더 나올 수 있다.

보잉으로선 상당한 손실이 불가피하다. 고객사인 전 세계 항공사들이 운항 중단 등으로 입은 매출 타격과 정비 비용 등을 대부분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장기적으로도 주력 기종 이미지에 금이 가면 소형기 사업 전체에 지장이 올 수도 있다.

보잉은 이미 2건의 추락 사고를 낸 최신 기종 B737맥스가 운항 금지된 바 있다. 보잉은 세계적으로 4930대의 주문을 받아놓고 항공사에 인도한 물량이 387대인 상태에서 날벼락을 맞았다. 국내 이스타항공도 이 기종을 2대 들여왔지만 주기장에 세워둘 수밖에 없어 막심한 손해를 입고 있다.

보잉 CEO 데니스 뮬렌버그

보잉 CEO 데니스 뮬렌버그

배상 문제에 대해 보잉은 말을 아끼고 있다. 지난 14일 랜디 틴세스 보잉 부사장은 국내 기자들과 만나 “특정 고객사에 대한 배상과 관련해 세부 사항은 언급할 수 없다”며 “모든 항공사와 각각 논의 중”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막대한 규모의 배상금액을 따로 준비해뒀다”고 말했다. 보잉의 올 2분기 실적 발표 등에 따르면 B737맥스 운항 중단 등에 대한 손실충당금은 총 56억달러(약 6조5447억원) 규모다. NG 기종에 대한 배상액 등이 더 필요할 수도 있다.

항공업계에서는 “보잉이 창사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는 진단에 이견이 없다. 보잉 측은 현안인 맥스 문제에 대해서는 문제가 된 소프트웨어 등을 보강해 연내 각국 항공당국의 운항 허가를 받아 손실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NG의 균열 문제는 수리 지원 등을 통해 최단시간에 운항 재개를 돕는다는 계획이다.

[단독]보잉737 '날개 쪽 균열’ 전세계 53대 발견…저가항공사들 '비상'

■ ‘효율’ 꾀한 국내 LCC ‘초비상’

국내에 도입된 B737NG 중 3만회 이상 비행한 42대를 정밀 점검한 결과 대한항공과 진에어, 제주항공 등의 총 9대에서 균열이 발견돼 지난 4일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한 달 가까이 9대를 운항하지 못하는 항공사들은 막대한 손실을 입고 있다. 한·일 외교갈등에 따른 일본 승객 감소 등으로 타격을 입고 있는 항공업계로선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문제는 균열이 추가로 더 발견될 수 있고 항공사들이 추가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국토교통부는 이미 점검한 42대 외에 100여대의 해당 기종을 전수조사한다는 계획이다. 한 저가항공사(LCC) 관계자는 “앞으로 균열이 추가로 발견될지 여부는 누구도 알 수 없는 일이라 ‘복불복’에 가깝다”며 “(지금까지는) 3만회 이상 비행한 기체만 점검한 건데 만에 하나 사태가 커지면 국내 LCC들은 큰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덩치가 큰 항공사는 단기 손실을 감수하면서 보잉의 보전을 기다려볼 수 있지만, 당장 자금 순환이 급한 작은 회사는 보유 항공기 운항 중단에 따른 손실을 감당하기가 벅찰 수밖에 없다. 항공사 입장에선 항공기가 쉴 틈 없이 날아야 회사를 운영할 수 있다. 항공기 한 대가 멈추면 영업타격은 물론 그에 맞춰 배치된 직원 인건비도 낭비 요소가 된다. 실제 이스타항공의 경우 맥스 기종 2대가 운항을 멈추면서 비상경영을 선언한 데 이어 매각설까지 나오는 등 존립마저 위협받고 있다. 이 회사 사람들은 “누구에게 하소연하겠느냐”고 말한다.

국내 LCC 업계가 비용 문제 등으로 이 기종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 상당한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은 보유 항공기 전체가 B737NG 기종이며, 아시아나 계열을 제외한 대부분 LCC의 주력 또한 이 기종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기 기종을 통일할수록 정비 비용과 조종사 훈련 비용이 낮아져 경영 효율이 높아진다”면서도 “그러나 해당 기종에 리스크가 발생하면 그 타격 또한 커지는 단점이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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