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억마리…꿀벌은 왜 사라졌을까

2022.03.20 21:37 입력 2022.04.01 13:26 수정

전국서 발생, 남부 피해 커

천적·이상기온·미세먼지 등

꿀벌 감소 다양한 원인 거론

과일·채소 수분 작업 차질

양봉협회, 정부 대책 촉구

지난달 제주시 구좌읍 행원리 한 양봉농가에서 한 농민이 비어 있는 벌통을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제주시 구좌읍 행원리 한 양봉농가에서 한 농민이 비어 있는 벌통을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꿀벌은 전 세계 과일·채소 수분(수술의 꽃가루가 암술머리에 옮겨 붙는 일)의 70% 이상을 담당한다. 전문가들은 꿀벌이 채밀 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 지구 생태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하지만 꿀벌이 집단 폐사하거나 사라지는 현상이 전국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강원도는 20일 강릉지역에 있던 1만3917개 벌통 중 43%인 6000여개가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강원도는 통상적인 피해 규모인 10∼20%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나 정밀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충남양봉협회가 지난달 21∼23일 도내 6개 시·군 36개 양봉농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도 마찬가지다. 이들 농가가 키우던 꿀벌의 수가 평균 59%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양봉협회가 이달 초 전국 회원 농가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4173개 양봉 농가의 39만517개 벌통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의 양봉농가는 지난해 12월 기준 2만7532가구에 이른다.

한국양봉협회 관계자는 “상당수 벌통에서는 꿀벌이 통째로 사라졌고, 일부 벌통의 경우는 꿀벌 수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벌통 1개당 1만5000(겨울)~3만마리(여름)의 꿀벌이 산다. 겨울철을 기준으로 피해 벌통의 벌이 모두 사라진 것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약 59억마리의 꿀벌이 줄어들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농촌진흥청과 한국양봉협회 등이 1~3월 실시한 조사에서는 전국 9개 도 대부분에서 피해가 발생했고, 전남·경남·제주 등 남부지역 피해가 상대적으로 컸다. 최근 충남·강원 등에서도 꿀벌이 사라졌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한국양봉협회는 지난 17일 전국 지회장 등이 긴급회의를 열고 조만간 정부의 대책을 촉구하는 시위를 열기로 결의했다. 꿀벌이 줄어드는 이유는 다양하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진청 등이 확인한 직접적인 이유 중 하나는 꿀벌응애(기생충)·말벌 등 해충의 증가다. 꿀벌을 대거 죽이는 등검은말벌 등 말벌류가 지난해 10월 하순까지 많은 피해를 준 것도 꿀벌이 줄어든 요인으로 분석됐다. 이상기후 역시 벌꿀을 사라지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난해 9∼10월 발생한 저온현상으로 꿀벌의 발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고, 11∼12월에 이어진 고온으로 밀원수(꿀벌에게 먹이를 제공하는 나무)의 꽃이 이른 시기에 피면서 꿀벌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꿀벌이 잘 크고 번식하려면 밀원수가 많아야 한다. 대표적인 나무가 아까시나무다. 하지만, 아까시나무를 비롯한 주요 밀원수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대기오염도 꿀벌이 줄어드는 한 요인으로 꼽힌다. 국립산림과학원의 연구 결과를 보면, 초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면 꿀벌이 꿀을 따기 위한 비행 시간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림과학원은 초미세먼지 등 대기오염물질이 꿀벌의 시야를 가리면서 빚어진 일로 분석했다. 박순배 한국양봉협회 경북지회장은 “꿀벌 수가 적어지면 과일이나 고추 등의 작물이 제대로 자라지 못해 2차 피해가 심각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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