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택시도 귀한 밤…“영등포 2만원” 무허가 택시 활개

2022.06.15 21:58 입력 2022.06.16 09:54 수정

택시 대란 틈타 ‘웃돈’에 합승

호객 ‘찍새’·운전 ‘딱새’ 분업

기사 신원 불확실 ‘안전 사각’

서울시 “불법행위 단속할 것”

서울 용산구 서울역 택시 승강장 인근에 지난 6일 밤 11시40분쯤 정차해 있는 검은색 승합차 앞에 운전자가 서 있다. 이 차량은 영등포역 방향으로 향하는 시민 3명을 태우고 택시 승강장을 떠났다. 김현수 기자

서울 용산구 서울역 택시 승강장 인근에 지난 6일 밤 11시40분쯤 정차해 있는 검은색 승합차 앞에 운전자가 서 있다. 이 차량은 영등포역 방향으로 향하는 시민 3명을 태우고 택시 승강장을 떠났다. 김현수 기자

연휴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 6일 오후 11시40분쯤, 서울 용산구 서울역 앞 택시 승강장은 오지 않는 택시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어림잡아 70명이 넘는 시민들이 각자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택시를 불러봤지만 소용없었다. 일반 택시보다 요금이 2~3배 비싼 ‘프리미엄’ 택시마저 오지 않았다.

이때 한 중년 남성이 대기줄 사이로 들어와 “영등포역까지 2만원에 간다. 대신 합승해야 한다”며 말을 건넸다. 서울역에서 영등포역까지 보통 1만원 안팎의 요금이 나오지만, 늦은 밤 대체 교통편을 찾지 못한 이들에게는 솔깃한 제안이었다. 커다란 캐리어를 든 여성은 잠시 고민하더니 남성을 따라 나섰다. 남성이 안내한 곳에는 검은색 승합차가 대기 중이었다. 차 안에는 이미 두 명이 타고 있었다.

일반 차량을 이용해 불법으로 승객을 태우는 일명 ‘나라시 택시’였다. 이날 승객 3명에게 2만원씩 총 6만원 이용료를 받아 불법으로 수익을 챙긴 것이다.

15일 취재를 종합하면, 나라시 택시는 시내버스와 지하철 등 다른 대중교통이 끊긴 늦은 시간에 KTX 정차역을 중심으로 주로 활동 중이다. 서울역과 영등포역, 용산역, 행신역 등에서 늦은 시각 기차에서 내린 승객을 대상으로 불법 영업을 하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호객 행위를 하는 이들을 ‘찍새’라고 부르는데, ‘찍새’가 운전자인 ‘딱새’에게 승객을 안내하는 식으로 불법 영업이 이뤄지고 있다. 이 같은 분업은 단속을 피하기 위한 꼼수다.

택시 관련 인터넷 동호회를 운영하는 A씨는 “단속반이 찍새를 불법 영업으로 잡아도 ‘그냥 재미로 해봤다’고 하면 처벌할 방법이 없다. 요금도 현금으로 받아 증거가 없다”며 “면허 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할 대상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나라시 택시는 신원이 명확하지 않은 사람이 운전하는 경우가 많아 승객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가 없다는 위험이 있다. 불법 자가용 유상 운송행위로 형사처벌 대상인 ‘나라시’는 적발 시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 진다. 하지만 지자체 단속이 쉽지 않다. 서울시가 2020년 적발한 나라시 택시 형태의 불법 영업은 단 3건에 불과하다. 지난해와 올해 단속건수는 없다. 서울시 관계자는 “단속을 나가도 현장에서 실제 영업을 했다는 증거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과거 기승을 부리던 불법 택시 운행과 합승 등은 2016년 서울시가 집중 단속을 하면서 자취를 감췄다. 2016년 나라시 택시는 연간 156건 적발돼 경찰에 고발됐고, 신고 포상금만 1억6000만원이 지급됐다. 그러나 최근 심야에 택시 잡기가 어려워지면서 나라시 영업이 다시 고개를 든 것이다. 임봉균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사무처장은 “잠잠했던 ‘나라시’가 최근 여러 지역에서 다시 운행 중이라는 제보가 많다”며 “심야택시 대란이 이어지자 불법적으로 돈을 벌려는 사람들이 생겨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12월 3만991명이었던 법인택시 운전기사는 지난 5일 기준 2만710명으로 33%(1만281명)가 줄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 개인택시 4만9000대 중 심야 운행 택시는 현재 1만3000대 정도에 불과하다”며 “법인택시는 심야 운행률이 높지만, 기사를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택시 리스제 도입 등 해결 방안을 마련하고 불법행위를 단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심야택시 승차난 완화를 위해 15일부터 카카오택시와 같은 플랫폼택시의 합승을 허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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