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지역주의에 ‘좌초’ 위기 처한 부울경메가시티…길 잃은 균형발전

2022.07.14 08:50 입력 2022.07.14 16:17 수정

울산·경남 “부산 쏠림 우려” 한발 물러서

9월 특별연합 의회 구성 지연될 가능성

동북아시아의 8대 메가시티로의 도약을 꿈꾸며 지난 4월 출범한 부산울산경남특별연합(메가시티)이 좌초 위기에 처했다.

지난 4월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울경 특별지자체 지원을 위한 협약식’에서 참석자들이 양해각서 체결 후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월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울경 특별지자체 지원을 위한 협약식’에서 참석자들이 양해각서 체결 후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메가시티는 수도권 집중을 막는, 국가균형발전의 대안으로 주목을 받았다. 문재인 정부의 전폭적 지원으로 비교적 순탄하게 추진됐다. 그러나 6·1 지방선거로 당선된 민선 8기 울산시장과 경남도지사는 메가시티에 부정적이거나 미온적이다. ‘부산 쏠림’ 현상이 커지고 울산과 경남엔 득이 없다는 게 이유다. “작은 것을 탐하다 큰 것을 잃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메가시티와 관련해서 한 발 빼는 모양새다. ‘속도 조절’을 하겠다는 태도다.

김 시장은 당선 직후 “메가시티가 수도권 집중화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하지만 추진 방식은 울산에 이득이 없고 부산에 끌려갈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그는 메가시티가 ‘빨대효과’를 일으켜 울산이 부산과 경남에 빨려 들어갈 공산이 크다고 보고 있다. 부산은 가덕신공항 건설에 28조 원, 경남은 진해 신항에 12조 원이 투입되는 반면 울산은 없다는 것도 이 같은 판단의 근거다.

김 시장은 되레 인근 경주·포항과의 ‘해오름동맹’에서 주도권을 확보한 뒤 메가시티에 참여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 울산시는 최근 이례적으로 경주·포항시에 해오름동맹 실무자회의 개최를 제안했다.

박완수 경남지사도 우선 실익이 무엇인지 따져 보자고 말한다. 박 지사는 당선인 시절에도 진주와 남해 등 서부 경남의 균형발전 전략이 포함돼야 한다며, 재협상 필요성을 제기했다. 다수의 시·군이 혼합된 경남도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박 지사는 지난달 24일 도지사직인수위 보고를 받고 “부산 쏠림과 경남 서부권 소외가 우려된다”며 재검토를 지시했다. 경남도는 ‘부울경 초광역 실효성 확보 방안’ 용역을 의뢰했고, 8월 말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메가시티의 사무 개시 준비작업을 잠정 보류했다. 경남도는 같은날 발표한 조직개편안에서도 과단위 메가시티 전담조직을 없애고 신설팀의 업무에 합치는 등 조직 축소까지 추진 중이다.

반면 박형준 부산시장은 메가시티에 적극적이다. 광역교통망 구축과 가덕신공항 조기 개항을 위해 3개 시·도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본다. 박 시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특별연합과 유사한 동남권 광역경제권을 구상하기도 했다.

부울경메가시티는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민선 7기 오거돈 부산시장, 송철호 울산시장, 김경수 경남지사 시절 추진한 사업이다. 문재인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비교적 순탄하게 진행됐다.

2018년 6월 공동협력기구 설치 등에 협력키로 결의하면서 본격 추진됐다. 2020년 부울경 발전계획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했고, 2021년 4월 부울경 특별지방자치단체 합동추진단을 설치했다. 올해 4월엔 특별연합 규약안이 부산시의회, 울산시의회, 경남도의회를 통과했다. 행정안전부의 승인을 거쳐 4월19일 특별지방자치단체로 출범했다. 2023년 1월1일부터 사무를 시작할 예정이다.

만약 경남·울산이 메가시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9월로 예정된 특별연합 의회 구성이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3개 시·도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 내년 1월로 예정된 사무 개시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편 부울경메가시티에 영향을 받아 추진한 대구와 경북의 행정통합도 사실상 무산됐다. 대구시는 지난 4일 특별지자체 설립을 준비해온 대구경북광역행정기획단 사무국을 폐지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두 자치단체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충분한 공론화가 이뤄지지 않은 측면이 있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5일 “대구와 경북은 ‘행정통합’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정책협조’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지난달 23일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정부가 (권역별 통합에 관한) 법률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와 경북의 행정통합은 2019년 말부터 논의가 시작됐다. 당시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지사는 2022년 7월 통합자치단체 출범을 목표로 속도를 냈으나 지역민 공감대 형성에 실패했다. 두 시·도는 지난해 행정통합을 장기 과제로 넘기고 논의를 중단했다.

이와 관련 마강래 중앙대 교수는 “메가시티는 규모의 경제를 통해 행정비용을 낮추고 단위당 생산비를 절감하는 도시적 토대를 만드는 게 본질”이라며 “특별자치단체나 행정구역통합은 메가시티 구축을 위한 수단”이라고 밝혔다.

마 교수는 “수도권은 광역교통망이 잘 깔려있어 기업도 몰리고, 인재도 쉽게 구하고, 잦은 빈도로 사람과 기술이 만날 수 있는 공간이 됐다. 이 과정에서 지역은 상대적으로 역량이 더 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수도권도 연계와 협력이 필요한 만큼 초광역 인프라를 한방에 놓자는 게 메가시티 전략”이라고 말했다. 또 “메가시티는 대도시권 구축 전략”이라며 “좋다기보다는 더 나빠지는 것을 막기 위한 차악의 수단”이라고 덧붙였다.

메가시티에 부정적인 의견에 대해서는 “초광역 사업에서 거점지역이 더 많이 가져가면 협의체를 통해서 소외될 수 있는 지역에 상생 전략을 마련하면서 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고 보는데 메가시티로 불리해지는 사안만 보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마 교수는 “지방선거가 끝나고 본인이 ‘왕 노릇’을 해야 하는데 주도권을 잃게 생겼다는 판단에서 ‘지역민 반발’ 등을 이유로 사실상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도 “작은 지역이기주의에 빠져 국가균형발전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울산의 시민단체는 ‘속도 조절’ 방침에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울산시민연대는 지난 7일 “부·울·경 구조에서 울산이 불리한 점이 있다고 해도 울산 단독 또는 해오름동맹과 같은 소규모 방식으로 지방의 위기를 대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손해를 보더라도 장점을 확대할 수 있는가를 고민해 대응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