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원구 국장 부인 홍혜경씨 단독 인터뷰

2009.11.25 01:54 입력 2009.11.25 09:48 수정

“한상률, 대선 전부터 여권 실세에 로비

‘靑에 승진청탁’ 박연차 조사 협조 회유”

3억 요구 거절 뒤 틀어져 “윗선 뜻” 강등·사표 종용

‘미술품 강매 의혹’을 받고 있는 국세청 안원구 국장의 부인 홍혜경씨(49)가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있는 가인갤러리에서 경향신문 기자와 만났다. 남편의 구속과 잇따른 검찰 조사로 초췌해진 홍씨는 3시간30분에 걸친 인터뷰에서 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감탄고토(甘呑苦吐·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식 행태를 비판했다.

‘미술품 강매’ 혐의로 구속된 안원구 국세청 국장의 부인 홍혜경씨가 24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두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술품 강매’ 혐의로 구속된 안원구 국세청 국장의 부인 홍혜경씨가 24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두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한 전 국세청장이 여권 실세 의원을 상대로 유임 로비를 벌였다”며 “대선 직전부터 당시 대구지방국세청장이던 남편을 이용해 실세 측근들과 만났다”고 말했다.

또 “박연차 태광실업 전 회장에 대한 조사에 협조하면 청와대에 부탁해서 인사 때 명예회복(승진)을 시켜주겠다고 은밀히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한 전 청장이 여권 실세 의원을 상대로 어떻게 유임 로비를 했나.

“2007년 11월 전군표 전 국세청장이 구속됐다. 차장이던 한 전 청장이 청장대행을 맡다 참여정부 말기 청장으로 임명됐다. 대선을 얼마 남기지 않은 시점이었고,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세였다. 정권이 교체되면 국세청장도 바뀌는 게 관례여서 한 전 청장은 거취를 놓고 고민했다. 당시 내 남편은 대구지방국세청장으로 있었는데 한 전 청장이 직접 대구로 내려와 여권 실세와 교분을 쌓는 데 도움을 달라고 말했다.”

-왜 남편에게 부탁했나.

“남편은 대구 영신고와 경북대 법대를 졸업했다. 행정고시 합격 후 대구에서 계속 공무원 생활을 했다. 지역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다. 여권 실세의 아들과도 친분을 유지해왔다. 실세와 친분이 두터운 사업가들과도 자주 연락하고 지냈다. 한 전 청장이 이런 사실을 알고 남편에게 지인들을 소개해 줄 것을 부탁했다.”

-유임 로비는 어떤 방식으로 이뤄졌나.

“국세청 조직은 위계질서가 분명하다. 남편으로서는 청장의 부탁을 거절할 수가 없었다. 남편은 (실세의) 지인들과 술자리를 만들고 한 전 청장을 동석시켰다. 남편은 한 전 청장이 유능한 사람이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홍보했다. 이렇게 안면을 튼 다음 한 전 청장은 여권 실세를 직접 만나게 됐다고 했다. 그리고 실세로부터 유임을 약속받았다고 (전해) 들었다.”

-한 전 청장과 사이가 틀어진 이유는.

“한 전 청장은 남편을 이용만 했다. 유임에 성공한 뒤 남편을 서울로 종종 호출했는데, 남편이 한 전 청장의 얼굴도 못보고 돌아오는 경우가 절반이 넘었다. 나중에는 국세청 차장으로 승진시켜 줄 테니 3억원을 마련해 달라고 부탁했다. 남편이 거부하자 지난해 3월 인사 때 직급상 3단계 아래인 서울지방국세청 세원관리국장으로 강등했다. 나중에는 사표까지 종용했다.”

-태광실업 박연차 전 회장 세무조사 때도 남편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는데.

“2008년 7월 한 전 청장이 남편을 불러 ‘박연차 태광실업 전 회장의 베트남 계좌를 열어야 한다. 그런데 박 전 회장이 베트남에서 국빈 대접을 받고 있어 일처리가 어렵다. 과거 국제조세국장을 해서 쌓은 친분을 토대로 베트남 국세청장 내방 시 잘 설득하면 청와대에 말해서 명예회복을 시켜주겠다’고 말했다.”

-남편이 박연차 수사에 협조했나.

“처음에는 협조하려고 생각했다. 그러나 한 전 청장이 자신을 이용하고 버렸던 경험을 떠올린 뒤 그를 찾아갔다. ‘무슨 명분으로 세원관리국장이 직무와 관련없는 조사에 투입되어야 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한 전 청장이) 버럭 화를 내며 ‘청장 직권으로 하는 명령’이라고 했다고 한다. 이후 안팎에서 남편에 대한 나쁜 소문들이 퍼졌다. 청와대, 총리실에서까지 사표내라고 했다는 얘기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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