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원구 전 국세청 세원관리국장(50·구속)이 항소심 공판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로 나와 있는 전표가 있다고 밝혔다. 안 전 국장은 녹취록 등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간접 언급했지만 공개 석상에서 밝힌 것은 처음이다.
24일 서울고법 형사4부(김창석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안 전 국장은 지난해 12월 한 인터넷 매체가 보도한 <국세청 실무자 “도곡동 전표, 직원들 다 봤다”>는 제목의 기사에 대해 “모두 맞다”고 확인했다. 이 기사는 2007년 포스코건설에 대한 세무조사 과정에서 대구지방국세청 직원들이 도곡동 땅 실소유주가 명기된 전표를 확인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안 전 국장 측 조광희 변호사는 “2007년 대구지방국세청의 포스코건설 세무조사에서 안 전 국장(당시 대구청장)이 부하 직원으로부터 도곡동 땅 전표가 발견됐다는 보고를 받고 확인한 결과 전표에 실소유주 이름이 ‘이명박’으로 돼 있었다”고 전했다.
안 전 국장은 공판에서 지난해 1월 국세청 안모 감찰과장이 찾아와 “당신은 전(前) 정부 사람으로 분류돼 있다. 대통령 뒷조사한 사람이면 명퇴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사퇴를 종용했다고 밝혔다.
앞서 안 전 국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도곡동 땅 실소유 관계를 증명하는 문건을 장승우 전 대구지방국세청 조사1국장이 보았다’는 취지의 녹취록을 공개해 파문을 일으켰다. 또 안 전 국장 부인 홍혜경씨(49)는 지난해 경향신문과의 인터뷰(2009년 12월1일자 1면 보도)에서 ‘전표를 본 사람이 안·장 전 국장 외에 더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백용호 전 국세청장은 청장 재직 당시 국회 기획재정위에서 “그런 문서는 없는 것으로 보고받았다”며 존재 사실을 부인했다.
안 전 국장은 2006~2008년 기업들의 세무조사 편의를 봐주고 부인이 운영하는 갤러리의 미술품을 강매한 혐의(알선수재 및 뇌물수수) 등으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 2년, 추징금 4억원을 선고받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4개 필지를 친형 이상은씨와 처남 김재정씨 명의로 매입·관리해오다 1995년 포스코건설에 팔았다는 의혹. 2007년 대선 과정에서 실소유자가 누군지에 대해 논란이 불거졌다. 검찰과 특별검사는 이 대통령의 소유가 아니라고 결론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