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도곡동 땅, 10억 로비, 표적 세무조사…다 밝혀라

2009.11.26 23:38

미술품 강매로 구속된 안원구 국세청 국장이 2007년 대구지방국세청장 시절 포스코건설에 대한 세무조사 과정에서 ‘도곡동 땅이 이명박 후보의 것’이라는 사실이 적시된 문서를 발견했다고 민주당 진상조사단이 공개했다. 안 국장은 정치적 사안이므로 관여해선 안된다고 보안 처분을 지시했다는 게 민주당 측의 전언이다. 그는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을 두 차례 만나 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유임을 부탁했다고도 한다.

아직은 한 쪽의 주장이지만 사실이라면 정권 출범 과정의 추악한 음모를 폭로하는 충격적인 얘기다. 한상률이 누구인가. 참여정부 말기 임명된 한 전 청장은 이명박 정부에서 유임에 성공했다. 그는 정권이 바뀌자 국세청장 하명 사건을 전담하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을 부산에 내려보내 재계 620위권 규모의 지방 신발공장인 태광실업에 대해 특별 세무조사를 시켰다. 유임에 보은(報恩)하고 충성을 맹세하는 표적 사정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세무조사 결과는 검찰로 넘겨져 ‘박연차 게이트’ 수사로 연결되고, 급기야 전직 대통령 투신이라는 비극적 사건으로 끝났던 것이 그간의 전말이다.

이제 의혹은 국세청 그림 로비를 뛰어넘어 대선 후보 검증의 결정적 자료 은닉, 표적 세무조사·검찰 수사, 정권실세 10억원 인사청탁 로비 등 정치권과 사정기관이 얽히고 설킨 권력형 비리의 종합판 양상을 띠고 있다. 앞으로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면 또 무슨 밀거래가 터져나올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가관인 것은 모든 의혹의 키를 쥐고 있는 한 전 청장을 둘러싼 당국의 비호 태도다. 검찰은 올 초 그림 로비가 불거졌을 때 2개월 동안 수사를 미적거리다 한 전 청장의 도피 출국을 방치해놓고 지금도 그를 송환할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와중에 한 전 청장은 엊그제 뉴욕에서 현지 특파원들에게 “현재로서는 귀국할 계획이 없다”고 했다니 단단히 믿는 구석이 있지 않고서야 할 수 없는 말이다.

이제라도 검찰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전모를 밝혀야 한다. 숨긴다고 해서 숨겨질 수 있는 선을 넘어섰다. 지금껏 검찰이 쭈뼛거린다고 해서 진실이 묻혀진 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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