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검찰총장의 5개월… 국정원 사건 법무부와 마찰, 선거법 적용 ‘미운털’

2013.09.13 22:40 입력 2013.09.13 23:26 수정
장은교 기자

지난 4월4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 채동욱 검찰총장(54)이 단상에 올랐다.

“검찰은 지금 성난 민심의 바다에서 격랑에 흔들리고 있습니다. 저는 그 바다에 떠 있는 함선의 선장처럼 절박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이명박 정부에서의 정치적 수사, 사상 최악의 검란(檢亂)과 뇌물·성추문으로 검찰조직의 신뢰가 추락할 대로 추락한 상황을 반영한 취임사였다. 지켜보던 검사들의 박수소리 또한 무거웠다. 그날 취임식에서는 취임사를 제외한 모든 행사가 생략됐고, 채 총장은 행사장을 나서면서 일선 검사들과 악수만 했다.

법무부의 감찰 착수에 전격 사의를 표명한 채동욱 검찰총장이 13일 대검찰청 청사를 떠나며 차량에 올라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법무부의 감찰 착수에 전격 사의를 표명한 채동욱 검찰총장이 13일 대검찰청 청사를 떠나며 차량에 올라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그 후 5개월간 ‘채동욱 검찰’은 공정한 수사와 내부개혁이라는 두 가지 화두에 매달렸다. 채동욱 검찰의 수사역량과 공정성은 국정원의 선거개입 사건 수사에서 먼저 시험대에 올랐다. 국정원이 원세훈 전 원장의 지시로 대선에 개입하는 활동을 했고,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이 사건을 의도적으로 축소해 대선 전 발표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이 사건은 이명박 정부 때 이뤄진 일이었지만, 박근혜 정부의 정당성을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여권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했다. 기소 직전까지 원 전 원장과 김 전 청장의 구속 여부, 원 전 원장에 대한 공직선거법 적용 여부가 쟁점이 됐다. 특히 황교안 법무장관이 검찰과 다른 의견을 내면서, 수사지휘권 발동 직전까지 갔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결과는 불구속기소하는 대신 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이 과정에서부터 총장이 청와대의 눈 밖에 났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았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미납추징금 완수는 채 총장의 가장 큰 업적이다. 10월 추징시효 만료를 앞둔 상황에서 채 총장은 5월 미납추징금 완수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지시했다. 검찰의 추징작업은 국회에서 ‘전두환법(은닉재산이 제3자에게 전해졌더라도 추징할 수 있도록 하는 것) 통과’를 가능하게 했다. 검찰의 특수·공안·형사 인력을 투입해 특별팀을 만들고 전 전 대통령 일가의 집과 회사 등을 압수수색하며 추징작업과 수사를 병행했다. 전 전 대통령 일가는 결국 지난 10일 자진납부계획을 발표했다.

이전 정권과 연계된 원전비리수사, 4대강사업담합의혹수사도 진행했다. CJ 이재현 회장의 조세포탈과 배임 혐의도 수사했다.

채동욱 검찰총장의 5개월… 국정원 사건 법무부와 마찰, 선거법 적용 ‘미운털’

내부개혁에도 속도를 냈다. 채 총장은 취임 후 국회에서 법이 통과되기도 전 스스로 검찰 특수수사의 상징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간판을 내렸다. 중수부 폐지는 여야 모두의 대선 공약이었다. 채 총장은 외부위원들로 구성된 검찰개혁심의위원회를 구성했다. 내부 감찰강화, 검사전문화, 인사개혁 문제 등이 다뤄졌다. 총장의 ‘밀실권력’을 내려놓는다는 의미에서 서울중앙지검장과의 주례독대보고를 폐지하고, 매주 간부들과의 회의 내용을 검찰 내부 통신망에 공개했다.

지난 7월17일 취임 100일 간담회에서 “어렵더라도 공직자에게는 포기하거나 좌절할 자유조차 없다”던 채 총장은 5개월간의 숨가쁜 일정을 마치고 검찰을 떠났다.

채 총장은 마지막으로 “새가 둥지를 떠날 때는 둥지를 깨끗하게 하고 떠난다는 말이 있다. 검찰의 총수로서 마지막으로 떠나면서 무슨 말을 더 남기겠는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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