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반격에 감찰카드 강수… 여권서 나돌던 ‘추석 전 교체설’ 현실화

2013.09.14 06:00

채 총장, 감찰 발표 2시간 전 모처 연락받고 사퇴문 미리 작성

법무부 감찰관실은 언론보도 보고서야 황교안 장관 지시 알아

채동욱 검찰총장이 13일 사퇴의사를 밝힌 데는 청와대로부터 그만두라는 압력을 받는 상황에서 황교안 법무장관이 법무부 감찰관에게 채 총장의 ‘혼외 자식 의혹’의 진상을 조사하라고 지시한 것이 결정타가 됐다. 청와대가 조선일보의 혼외 자식 의혹 보도를 빌미로 사퇴압력을 넣었음에도 채 총장이 ‘버티기’에 들어가자 ‘감찰’이라는 초강수를 꺼내어 몰아냈다는 것이다.

황 장관은 법무부 감찰관에게 채 총장의 혼외 자식 의혹의 진상을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법무장관이 검찰총장을 감찰토록 지시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김경한 전 법무장관은 “법무장관이 총장을 감찰토록 지시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13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퇴근을 하고 있다. |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13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퇴근을 하고 있다. |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채 총장에 대한 감찰은 이날 오전 청와대가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는 이날 오후 1시17분 황 장관이 법무부 감찰관실에 채 총장의 감찰을 지시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정작 법무부 감찰관실 소속 검사들은 언론의 보도를 보고서야 황 장관이 감찰을 지시한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법무부 감찰관은 출장 중인 상태였다. 황 장관이 법무부 감찰관과 휘하 검사들에게 감찰 지시를 내리기도 전에 감찰 착수 사실을 언론에 공표하는 이상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채 총장은 법무부가 감찰을 공식 발표하기 약 2시간 전인 오전 11시쯤 자신에 대한 감찰이 있을 것이라는 연락을 받고 사퇴발표문을 미리 써두었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채 총장은 어젯밤까지도 사퇴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며 “감찰을 받는 상태에서는 검찰총장의 업무를 도저히 수행할 수 없다. 검찰총장이 감찰을 받는다고 불려다니면 전국의 검사들이 어떻게 일을 할 수 있겠느냐. 모두 ‘스톱’이다”라고 말했다. 채 총장에 대한 법무부의 감찰이 사퇴를 불러온 직접적 원인이라는 얘기다. 채 총장은 전날 밤 오는 16일 서울동부지검을 격려방문하겠다고 지시해놓은 상태였다.

채 총장에 대한 감찰이 혼외 자식 의혹의 진상을 밝히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도 감찰의 저의를 의심케 한다. 황 장관은 “조속히 진상을 밝혀 논란을 종식시키고 검찰조직의 안정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그러나 혼외 자식 의혹을 규명하는 데 핵심으로 꼽히는 ‘유전자 검사’는 조선일보가 채 총장의 아들이라고 보도한 채모군(11)과 그의 모친인 임모씨의 동의가 없으면 법무부가 강제로 실시할 수 없다. 법무부가 감찰을 한다고 조속한 진상조사가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게다가 채 총장은 전날 변호사를 선임해 유전자 검사를 조속히 실시하겠다고 밝힌 터였다. 결국 조속한 진상조사는 구실일 뿐 채 총장이 사퇴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들려는 목적으로 청와대와 법무부가 감찰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채 반격에 감찰카드 강수… 여권서 나돌던 ‘추석 전 교체설’ 현실화

청와대는 지난 6일 조선일보가 채 총장 혼외 자식 의혹을 처음 보도한 직후 채 총장이 사퇴해야 한다는 뜻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당국 고위관계자는 “혼외 자식 의혹의 진위를 떠나 사회적 논란거리가 됐다는 것만으로도 채 총장은 물러나야 한다는 게 청와대의 판단이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이 같은 기류는 여러 경로를 통해 채 총장에게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에선 “채 총장이 추석 전에 사퇴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기도 했다. 조선일보 기사에 채군의 학적부 내용과 출입국 기록 등 국가기관이 아니면 접근할 수 없는 정보들이 담겨 있는 점을 들어, 청와대 또는 국정원이 눈엣가시인 채 총장을 찍어내기 위해 해당 정보를 조선일보에 흘린 것 아니냐는 의혹도 일각에서 제기됐다. 채 총장도 이날 사의를 밝힌 뒤 대검 간부 및 연구관들과 인사를 나누는 자리에서 “인사권자(박근혜 대통령)의 뜻이 그런 것을 어떻게 하겠느냐. (혼외 자식 의혹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고 해도 나가라는데 어떻게 하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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