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설계자’ 유동규 체포…‘특혜 고리’ 캔다

2021.10.01 21:08 입력 2021.10.01 22:25 수정
이효상·허진무·손구민·김태희 기자

검찰, 응급실 나오던 유씨 붙잡아

화천대유 수익 700억 분배 관련

특혜 의혹·배임 혐의 수사 속도

정영학 녹취록 진위도 파악나서

경찰도 김만배 등 8명 출금 조치

'대장동 핵심인물' 유동규, 검찰 출석 불응. 연합뉴스

'대장동 핵심인물' 유동규, 검찰 출석 불응. 연합뉴스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전반에 관여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사진)이 1일 검찰에 체포돼 조사를 받았다. 검찰이 사업 설계자이자 로비 수혜자로 지목된 유 전 본부장 신병을 확보하면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수사는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이날 오전 9시26분쯤 한 병원 응급실에서 진료를 받고 나오던 유 전 본부장을 체포했다. 성남도시개발공사·화천대유 등에 대한 압수수색 이틀 만에 ‘1호 피의자’의 신병을 확보한 것이다. 검찰은 증거인멸 우려 등으로 신병 확보를 서두른 것으로 보인다.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의 민관합동 개발계획을 설계한 인물로, 화천대유 등이 포함된 ‘성남의뜰 컨소시엄’이 민간사업자로 선정될 당시 공사의 사장 직무대리를 맡았다. 그는 수사의 주요 갈래인 사업자 선정·인허가 특혜 의혹 등을 규명할 수 있는 키를 쥔 인물이다.

성남도시개발공사는 민관 합작 특수목적법인(SPC) ‘성남의뜰’ 지분 50%를 갖고도 1830억원의 배당을 받는 데 그쳤다. 반면 지분 7%를 가진 화천대유와 천화동인 1~7호는 3년간 4000억원이 넘는 배당을 받았다. 화천대유가 아닌 다른 사업자를 선정했을 경우 성남시에 더 많은 이익이 보장된다는 사실을 알고도 화천대유를 선정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입증될 경우 업무상 배임 혐의가 적용될 소지가 있다.

유 전 본부장은 화천대유의 이익 분배 과정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경향신문 취재 결과, 민간사업자에 대한 배당이 이뤄지던 당시 화천대유 대주주인 언론인 출신 김만배씨와 유 전 본부장은 700억원의 수익 분배 문제를 두고 입장이 충돌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부터 대장동 민간개발사업을 추진해온 사업의 실질적 ‘설계자’ 정영학 회계사가 이 과정을 중재하면서 대화 내용을 녹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계사는 최근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19개의 녹취록과 돈다발 사진 등을 검찰에 제출했다.

검찰은 정 회계사가 제출한 녹취록의 진위를 확인하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해당 녹취록에는 정치권과 법조계 인사들에게 거액의 금품이 흘러간 정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김씨가 화천대유 법인에서 빌려, 현금화한 자금의 흐름에 대해서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지난해까지 473억원을 회사에서 빌려 이 중 상당수를 현금으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이날 입장문에서 “350억원 로비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개발이익이 예상보다 증가하게 되자 투자자들이 이익 배분 비율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예상비용을 부풀려 주장했고, 과장된 사실들이 녹취된 것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화천대유와 자회사 천화동인 핵심 관계자들을 대거 출국금지했다. 경기남부경찰청 전담수사팀은 수원지검과 법무부를 경유해 천화동인 1호 사내이사 이한성씨, 화천대유의 이성문 부회장과 최대주주 김만배씨 등 8명을 출국금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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