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사법부 기상도

대법원장·헌재소장 모두 바뀌는 격변의 2023년

2023.01.02 15:31 입력 2023.01.03 14:36 수정

김명수 대법원장(왼쪽)과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김명수 대법원장(왼쪽)과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2023년 최고 사법기관인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수장이 모두 바뀐다. 김명수 대법원장의 임기는 오는 9월,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의 임기는 오는 11월까지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한 두 사람을 윤석열 대통령이 모두 교체한다. 대법관 2명과 헌법재판관 2명도 올해 교체된다.

누가 대법관과 헌법재판관을 맡느냐에 따라 판결 방향이 달라진다. 그렇게 나온 판결은 시민들 일상과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친다. 법조계에선 윤 대통령 재임 중 사법부 구성이 ‘보수 편향’으로 기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대법관과 헌법재판관 구성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인선에 반영될지도 주목된다.

■여소야대 속 인선 험난할 듯

김명수 대법원장은 2017년 9월 취임해 올해 6년 임기를 마친다. 대법원장은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재판장이면서 법원의 인사·조직·운영 등 사법행정을 총괄한다. 국민적 관심도가 높고 역사적인 사건을 판단하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대법원장의 의견과 절차 진행은 매우 중요하다. 김 대법원장은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 사건 이후 취임했다. 그가 법원 내 관료주의 타파를 위해 펼친 여러 정책들이 대법원장 교체로 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있다.

대법원장은 대법관을 제청한다. 외부위원이 참여하는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가 통상 3배수를 추천하면 그 중 대법원장이 1명을 골라 대통령에게 제청한다. 대법원장은 후보추천위 위원 구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오는 7월 퇴임하는 조재연·박정화 대법관의 후임은 김 대법원장이 제청하고, 내년 1월 퇴임하는 안철상·민유숙 대법관부터는 김 대법원장 후임 대법원장이 제청한다. 전원합의체 구성원 14명 (대법원장 1명, 대법관 13명) 중 올해 하반기까지 4명(오석준 신임 대법관 포함), 내년 초까지 6명을 윤석열 정부가 임명하는 것이다.

김 대법원장의 후임 대법원장은 윤 대통령이 지명한다. 대법관과는 달리 별도의 후보추천위원회가 없기 때문에 대통령이 원하는 사람이 대법원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법관 구성이 요동치고, 대법원 성향이 달라지는 게 이 때문이다.

여소야대 국회가 변수가 될 수 있다. 대통령이 대법원장과 대법관을 임명하려면 국회 본회의에서 재적 국회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과반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현재로선 윤 대통령이 ‘코드 인사’를 할 가능성이 크지만, 여소야대 상황을 고려해 야당도 수긍할 수 있는 인사를 선택할 수도 있다.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 취임 후 첫 대법관 인사였던 오석준 대법관이 더불어민주당의 비협조로 역대 최장인 119일만에 국회를 통과한 사례에서 보듯 올해 대법원장·대법관 인선도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유남석 소장이 2017년 11월 취임해 올해 11월 임기가 만료된다. 헌재소장은 대법원장과 달리 재판관 제청은 하지 않는다. 9명의 재판관을 대통령·대법원장·국회가 3명씩 지명한다.

오는 3월 이선애 재판관, 4월 이석태 재판관이 퇴임하는데, 이들은 모두 대법원장이 지명했다. 이에 따라 이선애·이석태 재판관 후임은 김 대법원장이 지명한다.

유 소장은 재판관이 될 때 문재인 당시 대통령 몫으로 임명됐기 때문에 그의 후임 재판관은 윤 대통령이 지명한다. 헌재소장은 재판관 중에서 대통령이 지명한다. 기존 재판관 중에서 선택할 수도 있고 신임 재판관을 소장으로 바로 선택할 수도 있다. 기존 재판관 중에서 선택한다면 잔여 임기만을 소장 임기로 하기 때문에 윤 대통령 임기 내에 한 번 더 헌재소장을 임명할 수 있다.

내년에는 변화가 더 크다. 내년 9월 퇴임하는 이은애 재판관의 후임은 김명수 대법원장 후임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국회 몫인 김기영·이종석·이영진 재판관이 4월 총선 뒤인 내년 10월 퇴임한다. 총선 결과가 재판관 구성에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여소야대인 경우 야당이, 여대야소인 경우 여당이 3명 중 2명을 지명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헌법과 헌법재판소법은 ‘재판관 3명은 국회에서 선출한다’고만 할 뿐 국회 몫 재판관의 선출 방식을 별도로 규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여당이 2명을 지명할 경우 내년에 여당, 대통령, 대통령이 지명한 대법원장이 지명한 재판관은 총 6명이 된다. 6명은 헌재가 위헌 결정을 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숫자다.

윤석열 대통령과 악수하는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왼쪽)과 김명수 대법원장(오른쪽)

윤석열 대통령과 악수하는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왼쪽)과 김명수 대법원장(오른쪽)

■보수 편향·다양성 저해 우려도

법조계에선 대법원과 헌재 구성이 보수 편향으로 흐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보수 색채가 강했던 ‘양승태 대법원’은 통상임금 범위를 대폭 축소했고, 긴급조치 피해자에 대한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친기업적이고, 사회적 약자를 외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일 “정권 친화적인 인사들로 사법부 최고위층이 채워질 경우 결국 사법부가가 행정부에 종속되는 셈”이라며 “삼권분립의 원칙에 반하는 것임은 물론 사법기관이 자칫 정권 연장이나 정적 탄압의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도 있다”고 했다. 또 “헌재의 경우 국회가 만든 법률을 무력화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며 “재판관들 다수가 친정권적인 성향을 띨 경우 행정부가 사법부를 이용해 입법부를 견제할 수 있는 힘도 가지게 된다”고 했다.

판사 출신인 한 국책기관 인사는 “정권에 따라 사법부의 성향이 진보나 보수, 어느 한쪽으로 쏠릴 경우 유연하고 합리적인 법적 판단 기준을 제시하기가 어렵다”며 “특히 정권에 따라 사법부의 성향이 좌우를 오가는 현상이 반복되면 기준의 일관성마저 유지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진보정권에서든 보수정권에서든 ‘진보 30%, 중도 40%, 보수 30%’ 정도의 비율이 항상 유지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시민사회에선 대법관과 헌법재판관 구성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된 지 오래이다. 문재인 정부를 거치면서 여성 대법관·헌법재판관 수가 이전보다 늘기는 했지만 여전히 남성이 다수이다. 또 법관 경력이 있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 나이대도 50대 이상으로 쏠려있다보니 대법원·헌재가 ‘서오남(서울대·50대·남성·판사)’ 일색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대법원과 헌재는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과 시대 흐름을 판결에 반영해야 하는데, 대법관·헌법재판관의 학력, 나이대, 성별, 직업 경험이 비슷한 것은 문제라는 얘기다. 한상희 교수는 “최고 사법기관은 다양한 이들의 호소를 모두 듣고,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모든 이의, 모든 사건에 대한, 절대적이고도 최종적인 결론을 내린다”며 “보다 다양한 이력과 경험의 소유자들에게 대법관과 헌법재판과의 문호를 개방할 필요도 있다”고 했다.

대통령에게 집중된 대법원장과 헌재소장 지명권 행사에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법원장도 대통령이 직접 고르는 게 아니라 대법관처럼 후보추천위원회와 같은 공식 기구를 통해 뽑고, 기존의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 역시 대법원장이나 정권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있도록 위원 구성에서 시민사회 측 인사의 비중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임 교수는 “그래야 대통령과 대법원장의 코드인사를 막을 수 있다”며 “헌법재판관 역시 국회에 임명권을 일임해 대통령이 아닌 국민의 뜻이 더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탄희 민주당 의원은 헌법재판관도 대법관처럼 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뽑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최근 발의하기도 했다. 다만 법원 내부에선 불편해하는 시각도 있다. 서울지역의 한 부장판사는 “특정 시민단체나 국회 다수당이 사법부 인사를 좌우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으니 차라리 법관 후보의 검증을 강화하는 게 공정성과 재판의 질을 담보하는 현실적 방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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