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전력 땐 집회 금지” 헌법 위에 선 당정

2023.05.24 21:06 입력 2023.05.25 09:43 수정

집시법 근거로 심야·출퇴근 시간대 제한 등 연일 강경책 쏟아내

시민단체 “법률 자의적 해석…사실상 허가제 도입 시도” 비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공질서 확립과 국민 권익 보호를 위한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공질서 확립과 국민 권익 보호를 위한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와 여당이 24일 불법 집회 전력이 있는 단체가 주최하거나 출퇴근 시간대 도심 주요 도로에서 개최하는 집회를 금지·제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6~17일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1박2일 집회 이후 노조 혐오와 집회·시위 반발 정서에 편승해 연일 강경책을 쏟아내고 있다. 헌법으로 금지된 집회 허가제를 운용하려는 위헌적 발상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공공질서 확립과 국민 권익 보호를 위한 당정협의회’를 마친 뒤 “집회를 신고 단계에서도 철저히 대응해야겠다”며 “불법 전력이 있는 단체가 이번 (건설노조) 집회처럼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질서에 직접적 위협을 끼칠 게 명백한 경우에 한해 집회·시위 제한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주요 도로(세종대로, 마포대로, 여의대로 등)에서는 도로 점거로 인해 교통 흐름이 막히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정부·여당은 국무총리실 산하에 가칭 ‘공공질서 확립과 국민 권익 보호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해 정부 차원의 종합 대책을 검토한다. 야간 문화제를 빙자한 편법 집회, 집단 노숙 등에도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심야 집회·시위 금지, 집회·시위 소음 기준 강화 등 입법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집회·시위 대응 과정에서 공권력 행사로 인해 문제가 발생할 경우 해당 경찰에게 소송을 지원하고 신분상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정부·여당이 불법 집회 전력 단체 주최 집회 금지를 추진하는 근거는 집시법 제5조 1항으로, ‘집단적인 폭행, 협박, 손괴, 방화 등으로 공공의 안녕 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집회 또는 시위’는 금지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불법 집회 전력만을 이유로 집회를 주최할 수 없다는 법조항은 없다. 경찰은 과거 이 법조항을 자의적으로 확대 해석해 집회 주최 단체가 과거 불법 집회를 개최한 적이 있다는 이유로 집회 금지 통고를 남발했다. 하지만 경찰의 이 같은 주장은 법원에서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다수의 집회 금지 통고 사건에서 주최 측을 대리한 김소리 법률사무소 물결 변호사는 “집회의 자유라는 기본권의 중요성을 고려했을 때 집시법 제5조 1항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적용할 수 있다”며 “정부·여당의 조치는 집회의 자유를 더욱 폭넓게 보장해가는 사법적 흐름에도 역행한다”고 했다. 참여연대는 성명에서 “민주주의 근본이 되는 집회와 결사의 자유를 제약하고 헌법이 금지한 집회·시위의 허가제를 도입하겠다는 위헌적 입법을 버젓이 추진하겠다는 발상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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