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정은 애정공동체 아닌 대입 프로젝트 공동체”

2012.01.02 22:01 입력 2012.01.03 00:23 수정

‘엄마는 자녀를 소위 좋은 고교,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 공부 뒷바라지를 하고, 자녀는 삶의 모든 것을 유예한 채 공부만 하며, 아빠는 그 비용을 댄다.’

나임윤경 연세대 문화협동과정 교수(사진)는 “우리나라의 가정은 자녀를 좋은 대학에 보내는 목표로 이뤄진 프로젝트 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애정 공동체’여야 할 가정이 극심한 경쟁 교육의 수단으로 변질된 현실을 고발하는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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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교수는 지난해 11월30일 출간된 <그대 아직도 부자를 꿈꾸는가>(양철북)에 실린 ‘사교육과 외도, 그 오묘한 관계’란 글에서 “이 프로젝트 공동체에 가장 중요한 것은 결과이며, 결과 외에는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다”면서 “요즘 중산층 아빠들이 제일 좋아하는 부인은 자녀 교육문제로 자신에게 상의를 하지 않고 알아서 착착 정리해주는 부인”이라고 했다.

그는 “예를 들어 중학생 아이가 중간고사면 아빠와 막내는 외가나 친가로 일주일 동안 가 있는다. 엄마는 중학생 아이의 공부를 가르쳐야 되기 때문이다. 엄마들도 대단하지만 아빠들도 은근히 동의를 하고 아이를 영어학원에 보내야 된다고 하면 기꺼이 돈을 내놓는다”고 설명했다.

나 교수는 또 관계지향적이어야 할 부모 자식의 관계가 대학 진학을 위해 도구적으로 변용(變用)되고 있는 점을 비판했다.

그는 “한국 가족의 내면을 보면 자식과 어머니의 관계가 상당히 도구적이다. 아버지는 무관심해야 하고, 엄마는 정보력이 많아야 하고, 할아버지는 돈이 많아야 자식교육에 성공한다는 말도 있다. 기능이 철저하게 분업화돼 있다”고 했다.

이어 “이는 아이의 대학진학이라는 프로젝트가 완성되려면 기능이 철저하게 분업화돼 있는 게 좋기 때문”이라며 “협력이나 소통 없이 기능적으로 움직이고 각자의 분업에 충실할 수 있을 때 프로젝트를 효율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 그러면 아이들은 대학 혹은 일류대를 가는 기능을 담당한다. 그래서 아이가 대학에 갔을 때 가장 기뻐하는 사람은 아이 본인이 아니라 자기 부모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나 교수는 “아이들의 삶을 보면 가정에서 애정을 주고받는 게 아니고 도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연습만 하는 것 같다”며 “부모들은 성적을 빼고 아이와 관계를 맺는 게 어떤 것인지 상상조차 하지 못하지만 지금부터라도 성적 문제를 완전히 배제하고 아이와 관계를 맺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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