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맑던 친구야, 유서도 없이 왜 떠나야 했니”

2012.01.02 21:55 입력 2012.10.22 12:04 수정
광주 | 박용근·배명재 기자

광주 자살 중학생 영결식… 경찰 “사인 수사 확대”

2일 오후 2시50분, 광주광역시 북구 영락공원 제1화장장. 지난달 29일 자살한 중학생 ㄱ군(14)은 왜 자신이 목숨을 던져야 했는지도 알려주지 않은 채 영면했다.

부모와 여동생, 학교 친구들, 교직원 등 50여명이 무거운 침묵 속에 화장장을 끝까지 지켰다. 1시간50분이 걸려 화장이 종료됐다. 수골당에서 ㄱ군이 한 줌의 재로 변해 나오자 눈물조차 말라 버린 ㄱ군의 어머니가 가느다란 흐느낌을 토해내며 울부짖었다. 도열해 있던 같은 반 친구들도 오열했다. ㄱ군의 시신은 뜨거운 화장장에서 녹아났지만 분향소에 걸린 영정의 ㄱ군은 환한 미소를 잃지 않았다. ㄱ군은 해맑은 미소를 머금고 그렇게 갔다. 선산으로 향하는 운구차를 마지막으로 배웅한 같은 반 학생 17명은 “하늘나라에서 아무 걱정 없이 행복하라”며 맥이 풀린 손을 흔들고 있었다.

급우 ㄴ군은 “우리 반의 분위기 메이커였던 친구였다. 이렇게 떠나보낸다는 게 말이 안된다. 너무 가슴이 아프다”면서 “학교에서 폭력이 발생하고 성적을 최고로 아는 풍조가 지속되는 한 이런 아픔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ㄷ양은 “친구(ㄱ군)의 평소 성격으로 보면 자살을 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우리 반 얘들은 걔 성격상 억울한 일이 있으면 반드시 유서를 남길 친구라고 모두 생각하고 있다”며 “담임선생님과도 가장 친하게 지냈다”고 전했다.

다른 화장을 참관하러 왔다는 시민 김봉주씨(49)는 “혹시 하고 봤는데 자살한 그 학생을 화장한다는 말을 듣고 남 일 같지 않았다”면서 “저리 잘 생긴 아이가 왜 목숨을 끊으려 했는지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충격을 받았다”고 애도했다.

ㄱ군이 다녔던 학교의 김모 교감은 “가족만큼 교직원들도 슬프고 마음이 아프지만 평소 품행이 좋았던 학생이 자살했다는 것은 지금도 믿어지지 않는다”면서 “경찰이 철저히 수사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ㄱ군 부검 결과 타살 흔적이 없다고 밝혔다. 광주북부경찰서는 이날 “ㄱ군의 시신 부검에서 외부의 힘이 가해진 흔적이 없고 외상도 없어 타살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의견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ㄱ군의 다리와 어깨 부분에서 지름 1㎝가량의 멍자국을 발견했으나 이는 직접적인 사인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멍자국이 폭행에 의한 것인지를 가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이에 따라 ㄱ군이 자살을 결심하기까지 학교 폭력이나 성적문제 등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은 ㄱ군과 가해자로 지목돼 형사입건된 ㄹ군 등 3명의 컴퓨터와 휴대전화 통화내용 등을 분석, 사인의 단서를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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