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앗는 경쟁시스템을 고쳐야

2012.01.02 21:58 입력 2012.01.02 22:01 수정
특별취재팀

원인과 대책

10대는 아프다. 친구들 때문에, 부모 때문에, 공부 때문에 아프다. 전문가들은 10대가 아픈 이유에 대해 어느 한쪽의 잘못이라기보다 총체적인 사회 구조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그들은 대체로 과도한 경쟁 시스템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어른들이 겪는 것과 다름없는 가혹한 경쟁에 아이들이 내몰려 꿈을 잃었다는 것이다.

중앙대 사회학과 이병훈 교수는 “아이들이 숨도 못 쉬게 만드는 경쟁 시스템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영혼을 자유롭게 해주기보다 성적, 등수, 입시에 매달리게 만드는 교육이 문제”라며 “성적에 매달리는 가족들, 경쟁을 부추기는 교육, 성적을 일자리에 연결시키는 기업들의 관행 등 아이들을 질식시키는 정책을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청소년을 하나의 주체적인 사회구성원으로 보지 않는 어른들의 시각도 문제로 지적된다. 중앙대 청소년학과 최윤진 교수(54)는 “21세기 들어 교육환경의 변화, 정보화 등으로 인해 청소년이 문화를 주도하는 위치로 변화했고 다양한 욕구를 갖게 되었는데도 청소년에 대한 사회의 대우, 대접은 변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의 청소년은 성인이 되기 위해 준비하고 인내해야 할 대상으로만 간주되어 권리와 책임을 수행할 기회를 누리지 못한다”면서 “학업, 진로 등을 스스로 책임지고 창의력을 발휘할 기회는 차단됐으며 억압과 희생을 강요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아이들이 겪는 아픔이 지속되면 결국 한국 사회가 역동성을 잃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태형 심리학 박사는 “안철수씨가 ‘모험하라’고 한 기사에 ‘실패하면 당신이 책임질 거냐’는 댓글을 다는 것이 요즘 청소년들 심리”라며 “도전과 모험을 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이 제공되지 않으면 빌 게이츠 같은 모험가가 나오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젊었을 때 꿈이 없던 사람은 중장년이 되어서도 심각한 허무감에 빠진다”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스템의 개선과 함께 아이들 자신을 포함한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김재엽 교수는 “학교폭력방지를 위한 법 개정과 함께 학생인권조례, 친구들과의 관계에 대한 프로그램이나 교육도 훨씬 많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유럽에는 학교사회복지사가 있어 청소년이 개인적 문제나 친구 관계 등에 관한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다”며 “학교에 상주하는 사회복지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강대 사회학과 전상진 교수는 “10대를 단순히 억압받고 당하기만 하는 객체로 다루지 말고 주체로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10대는 이전 세대의 희생자이기도 하지만 미래 세대의 가해자가 될 수도 있으므로 본인들의 각성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또 “구조적 문제라서 어쩔 수 없다는 생각만 하기보다 적어도 이런 힘의 논리가 있다는 것을 간파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저마다 서 있는 위치에 따라 나름대로의 처방을 내리다 보면 언젠가부터 조금씩 바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특별취재팀 = 류인하·박효재·곽희양·이재덕·이혜인·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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