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117 전화로 학교폭력 해결” 땜질 대책

2012.01.11 21:17

한나라당과 정부가 11일 당정협의회에서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학교폭력 대응책을 논의했다. 당정은 학교폭력 피해자들의 상담·신고 전화를 ‘117’로 통합하는 내용의 학교폭력 대책을 내놨다. 피해 신고도 24시간 받기로 했다.

그러나 학교폭력의 근본 대책으로 보기엔 알맹이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교육계와 시민단체 전문가들은 “학교폭력을 사실상 방관해온 정부·정치권이 뒤늦게 내놓은 대책이 고작 통합전화냐”면서 “문제가 터질 때마다 ‘땜질식 처방’에 급급한 정부가 사안의 심각성을 전혀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11일 서울 마포구 서부교육지원청에서 열린 ‘학교폭력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상담교사와 상담사들이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에게 건의사항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11일 서울 마포구 서부교육지원청에서 열린 ‘학교폭력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상담교사와 상담사들이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에게 건의사항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주영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당정회의 후 브리핑에서 “범죄신고는 112, 화재신고는 119를 떠올리듯 학교폭력의 경우 곧바로 떠올릴 수 있는 번호로 117을 정했다”면서 “모든 신고와 상담이 함께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학교폭력 및 청소년 문제 신고·상담 전화는 교육과학기술부 중심의 1588-7179, 여성가족부 중심의 1488, 경찰의 112로 나뉘어 있다. 117 신고센터는 서울에만 있다.

당정은 117 신고센터에 경찰뿐 아니라 교과부 산하의 ‘위센터’와 청소년 상담센터 인력을 상주시켜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상담, 교내 사후대책이 ‘원스톱’으로 이뤄지는 체제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이날 서울서부교육지원청에서 전문상담 교사와 학교폭력 토론회를 갖고 “올해 안에 학교폭력이 가장 심각하다고 인식되는 중학교부터 우선적으로 전문상담 인력을 확대 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또 “교사들이 학교폭력에 상황별·단계별로 대응할 수 있도록 매뉴얼을 제작, 보급하고 모든 교원을 대상으로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교과부는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쯤 전문상담 인력 배치 규모를 확정할 계획이다.

이 같은 방안에 대해 시민단체와 교육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일회성 대책만 되풀이될 뿐 근본적인 ‘처방’이나 이를 위해 고민한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는 얘기다.

이빈파 ‘평등교육을 위한 학부모회’ 전 서울지회장은 “학교폭력 문제의 본질인 줄세우기 교육, 가족해체 문제 등을 들여다볼 생각이나 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또 “가해자를 잡기 위한 목적의 신고를 활성화하는 것은 오히려 아이들에게 ‘학교는 더욱 가기 싫은 곳’이라는 인상만 강화하는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최홍이 서울시 교육위원은 “역대 어느 시기에 이렇게 학교폭력이 문제된 적이 있었나”면서 “이명박 정부 이후 학교현장을 시장주의 정책으로 내몰면서 생겨난 문제의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이 대책이라고 내놓은 것이 얼마나 효과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박부권 동국대 교수는 “사회적으로 인간관계가 단절된 현실에서 학생들의 자아와 대인관계를 형성하는 학교공간을 제대로 살리는 방안부터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학교폭력 신고전화 117 통합안은 지난 2일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학생들이 왕따, 폭력을 당할 때 안심하고 전화할 수 있는 대표전화를 만들겠다”고 말한 뒤 전격 마련됐다. 보수적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안양옥 회장도 “본질을 보지 못하고 그저 형식적으로만 포장된 것들이 대책으로 나왔다”면서 “교권 실추나 교사와 학부모 간 연대 강화 등 반드시 필요한 대책이 눈에 띄지 않는다”고 밝혔다.

교과부 관계자는 “117 통합번호는 우선 시행 가능한 방안이어서 먼저 실시할 계획을 밝힌 것이며 학교폭력에 관해서는 현재 종합적인 의견을 수렴하는 중”이라며 “최종 대책안은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쯤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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