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한 달, 관광명소 명동·서촌 르포

중국인 태운 관광버스 차벽 사라져 “하루 300~400명이던 손님 20명뿐”

2015.06.18 22:24 입력 2015.06.18 22:41 수정

“이렇게 한산한 명동은 처음” 음식점·숙박업소들도 ‘텅텅’

18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주변 풍경은 휴점일을 연상케 했다.

늘 주차장 같던 도로에서 차들은 막힘없이 오갔다. 깃발을 든 가이드와 함께 수십명씩 몰려다니던 중국인 단체 관광객 무리도 자취를 감췄다. 관광객을 실어나르는 대형버스로 혼잡하던 주차장도 비었다.

본점 건물 9~11층의 롯데면세점도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매출 비중 70%를 차지하던 중국인 관광객들이 발길을 끊었기 때문이다. 한 화장품 매장 직원은 “하루 300~400명이던 구매 고객이 최근 20여명으로 줄었다”고 했다.

고가 상품 매장에는 인기척이 없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중국, 대만, 홍콩 등에서 여행사와 함께 면세점 쇼핑을 낀 여행상품을 기획해왔지만 메르스 때문에 현지에서 고객 모집조차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지난 주말 매출이 전년 대비 38% 줄었다”고 귀띔했다.

길 건너 명동 거리도 마찬가지다. 명동파출소의 한 경찰관은 “명동 거리가 이렇게 한가한 모습은 처음 본다. 이곳을 찾는 사람이 3분의 2는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오후 5시 무렵부터 저녁 장사를 준비하는 노점상들이 눈에 띄었지만 군데군데 빈자리가 많았다. 노점상 주재봉씨(53)는 “25년간 명동에서 장사하며 요즘처럼 힘든 때가 없었다. 외환위기 때에도 이러지 않았다”면서 “손님이 없어 일당 받는 아르바이트를 하러 간 노점 상인도 많다”고 말했다. 휴대폰 케이스를 파는 서동아씨(33)는 “노점은 여름 한철을 기대하는 건데 요즘 장사가 지난겨울만도 못하다”고 했다.

관광객을 주로 상대하던 음식점들도 울상이다. 200석 규모 한정식집을 운영하는 김연창씨(53)는 “중국인들이 사라졌다. 매출이 80% 가까이 줄어 직원을 줄이다 못해 휴업을 고민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명동 못지않은 명소인 서촌도 다를 바 없었다. 평소 같으면 사직동주민센터부터 서울 지하철 경복궁역 출입구까지 이어졌을 관광버스 행렬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 일대 한 숙박업소를 찾아가자 주인이 “손님 오셨느냐”며 반갑게 맞았다. 하지만 신분을 밝히자 시무룩해졌다. 이곳은 13개 객실 중 11개가 비어 있었다. 일본인 관광객이 많이 찾았지만 메르스 사태 이후 발길이 끊겼다. 이틀 전에도 일본인 관광객 3명이 예약했다가 돌연 취소하며 환불 대신 “조금 지나고 오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곳 사장은 “30년간 숙박업을 했는데 방을 비운 게 처음”이라며 “메르스로 인해 매출이 90% 떨어졌다”고 했다.

앞서 지난 16일 찾았을 때는 오후 8시30분쯤이 되자 식당 세 곳이 연이어 문을 닫았다. 돈가스 식당 주인은 “내국인과 외국인 손님이 6 대 4인데, 외국인 손님은 90% 정도가 줄었다”며 “하루 매출이 70만원에서 20만~30만원까지 떨어져 인건비도 대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 식당은 4명의 직원 중 1명을 쉬게 하고 1명은 파트타임으로 전환했다.

경복궁 바로 옆에 위치해 장사가 잘되던 김밥집도 얼마 전 직원 2명을 줄였다. 저녁 이른 시간이었지만 골목의 식당 및 카페 10곳 중 4곳이 문을 닫은 상태였다.

수십년 전통의 한 유명 삼계탕집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이곳은 여행사 단체예약을 주로 받아 하루에 120명의 단체 관광객이 찾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는 예약이 뚝 끊겼다. 이 식당 직원은 “여름 성수기에 60%까지 매출이 떨어지니 타격이 심하다”고 말했다.

이들의 근심이 당장 그치지는 않을 것 같다. 삼계탕집 직원은 “메르스가 조만간 퇴치된다고 해도 이를 중국, 일본 사람들이 인식하고 안심하기까지 시간이 걸리지 않겠느냐”며 한숨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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