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 정부, 오만 병원, 불통 정보… 메르스 한 달, 멈춰 선 한국

2015.06.18 22:27 입력 2015.06.18 22:50 수정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이 대한민국을 공황에 빠뜨린 지 18일로 30일째를 맞았다. 메르스 바이러스가 165명을 감염시킨 한 달간 박근혜 정부는 부실·뒷북 대응을 되풀이하며 ‘세계 2위 메르스 감염국’에 오르는 무능함을 드러냈다. 81명의 확진자가 쏟아져 나온 삼성서울병원도 허술한 관리와 늑장 정보 공개로 최상급 의료기관이라는 명성에 스스로 먹칠했다. 컨트롤타워 없이 각자도생하며 서로 불안만 키운 메르스의 상처와 교훈이 크지만, 그 끝은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발병 30일째를 맞은 18일 오후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쓴 어린이가 서울 광화문역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다. |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발병 30일째를 맞은 18일 오후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쓴 어린이가 서울 광화문역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다. |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 메르스에 뚫린 무능한 정부

5월20일 최초 환자(68·남)가 확진됐을 때 보건당국은 “대응 조치를 선제적으로 강화했다”며 “가족·의료진 64명의 격리를 즉각 수행했다”고 밝혔다. 이들만 격리관찰하면 추가 감염은 막을 수 있다는 호언장담이었다. 그러나 8일 만인 5월28일 첫 격리자 64명 밖에 있던 환자가 6번째(71·남·사망)로 확진돼 정부의 초기 대응은 지나치게 안이했던 것으로 판명됐다. 정부가 64명만 쳐다보고 있던 5월27~29일, 평택성모병원에서 최초 환자에게 감염된 35세 남성(14번째 환자)은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입원했고 현재까지 이 병원에서만 79명을 감염시켰다.

매뉴얼에만 매달린 것도 패착이었다. 2012년 9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처음 발견된 메르스는 아직 감염 경로가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그러나 정부는 ‘1시간 이상, 2m 이내 밀접 접촉 시’ 감염된다는 매뉴얼을 기계적으로 적용했다. 10분 접촉 후 감염된 병원 청원경찰이 있고, 병동 전체가 메르스 확진자의 비말(침·가래 등 작은 물방울)로 오염된 병원이 나왔다.

■ 제일주의에 묻힌 삼성의 오만

삼성서울병원은 최초 환자의 메르스 감염을 처음 발견한 곳이다. 하지만 슈퍼전파자(14번째 환자)가 내원했을 땐 의심하지 않았다. 환자 수십명이 병원에서 쏟아져 나와도 평택성모병원과 달리 휴원 등 적극적 조치는 없었다. 응급실 이송요원(55)이 감염되자 지난 13일 뒤늦게 부분 폐쇄를 단행했지만, 그 후에도 후속 조치나 정보 공개는 허점투성이였다.

지난 16일 확진된 삼성서울병원 방사선사(33·남)는 병원 내 격리치료 중인 확진자 4명에게 이동식 촬영장치로 X레이 촬영을 하다 감염됐고, 격리병동 간호사(35·여)도 확진자들의 진료를 돕다 노출됐다. 보건당국은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은 6월17일 이전에는 레벨D의 개인보호장구를 입지 않았다”고 말했다. 의료진이 보호장구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메르스 환자가 있는 병실로 내몰린 것이다.

■ 공포와 혼란만 키운 불통

정부는 당초 질병관리본부장에게 맡겼던 메르스 대책본부장을 6월1일에야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격상시켰다. 박근혜 대통령이 “초기 대응에 미흡했다”며 메르스를 처음 언급한 것도 이날이었다. 발병 후 열흘 넘게 국정 최고책임자가 침묵하고 방역 수장이 교체되는 사이 의료기관에서는 내원자 중 누가 격리 대상자인지 몰라 위험에 노출됐다. 정부는 6월6일 밤에야 메르스 격리자 조회시스템을 구축했다. 의심증상이 있는데도 병원에 알리지 않거나, 격리장소를 이탈한 격리자들도 메르스 혼란을 키웠다. 지휘체계나 병원 간 정보 공유가 안돼 메르스 장악에 구멍이 뚫렸던 셈이다.

지난 8일 뒤늦게 구성된 민관합동TF 즉각대응팀의 의료현장 지휘도 겉돌고 있다. 즉각대응팀 공동팀장인 김우주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은 “바이러스와의 싸움보다 (증상·행적 등을 숨기는) 거짓말과의 싸움, 병원의 협조를 얻는 일 등이 더 어렵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잠재적 슈퍼전파자를 찾아내 3차 유행을 막으려면 정부와 의료계, 국민들의 협조가 절실하다”며 “기본으로 돌아가 접촉자를 추적하고 의심환자를 격리하는 일 하나하나에 정성을 쏟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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