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도 돌봄시설, 종사자 처우 좋으니 서비스 질도 ‘월등’

2017.03.21 22:08 입력 2017.03.21 22:09 수정

함께하는 돌봄으로

대전 보훈요양원은 민간요양원보다 훨씬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지난 16일 입소자들이 물리치료사의 도움을 받으며 재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대전 | 박민규 선임기자

대전 보훈요양원은 민간요양원보다 훨씬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지난 16일 입소자들이 물리치료사의 도움을 받으며 재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대전 | 박민규 선임기자

오후엔 요양원 근처에 있는 한국타이어 동그라미 어린이집 아이들과 입소자들이 함께하는 요리교실이 진행됐다.  대전 | 박민규 선임기자

오후엔 요양원 근처에 있는 한국타이어 동그라미 어린이집 아이들과 입소자들이 함께하는 요리교실이 진행됐다. 대전 | 박민규 선임기자

“(민간)요양원을 하고 있는 딸이 오라고 하는데도 안 갔어. 여기가 훨씬 더 넓고 좋아.”

대전 보훈요양원에서 9개월째 지내고 있는 이영해씨(84)는 지난 16일 요양원을 찾은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국가보훈처 산하의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에서 운영하는 대전 보훈요양원은 몇 안되는 국공립 시설 중 하나다. 민간요양원과 똑같은 비용을 받지만 민간요양원과 대전 보훈요양원을 모두 경험해본 사람들은 “시설·서비스 면에서 비교 자체가 안된다”고 말한다. 이유가 무엇일까.

지난해 1월 사고로 고관절이 부러진 이씨는 대학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뒤 요양병원을 거쳐 지난해 6월 대전 보훈요양원으로 왔다. 이씨는 6·25 참전군인으로 국가유공자 자격을 갖고 있다. 이씨는 대전 보훈요양원의 가장 큰 장점으로 최신식 시설 외에도 ‘넓은 동선’과 ‘다양한 프로그램’을 꼽으며 “걸을 곳이 많아 심심하지 않다”고 했다. 그는 “딸이 하는 요양원에도 한번 가 봤는데 좁고 시설도 별로였다”며 “앞으로 고령화가 계속 진행된다는데 이렇게 좋은 요양원이 대한민국 곳곳에 많이 생겨야 한다”고 말했다.

늘 70~80명이 대기하고 있는 대전 보훈요양원에는 현재 정원을 꽉 채운 204명이 입소해 있다. 152명은 국가유공자나 배우자, 유족 등이고, 나머지 52명은 지역주민(일반)이다. 민간요양원과 똑같은 월 60만원가량을 내지만 시설과 만족도는 만점에 가깝다. 건강보험공단 주관시설 평가에서 4년 연속 최우수 기관으로 선정됐다. 천명주 원장은 “기관 평가를 하면 100점 만점에 99.8~99.9점이 나온다”며 “벤치마킹을 위해 민간기관은 물론 해외에서도 찾아온다”고 말했다.

보훈요양원은 2008년 8월 수원을 시작으로 현재 6곳이 운영 중이다. 대전은 2012년 10월 5번째로 문을 열었다. 수입원은 민간요양원과 크게 다를 게 없다. 입소하는 장기요양보호 대상자 1명당 월 180만원 정도(3등급 기준·개인부담 약 60만원)를 받는다. 여기서 얻는 수입이 1년 운영비의 90%가량을 차지한다. 여기에 복권기금서 연 7억원이 더 지원된다.

그러나 대전 보훈요양원의 운영은 민간과 확연히 다르다. 요양보호사는 ‘정원’보다 10명(정원 78명)이 더 많고, 간호사도 4명(정원 8명), 사회복지사도 3명(정원 2명)이 더 있다. 이 때문에 민간요양원에서는 보통 ‘12시간 2교대’로 일하는 요양보호사들이 대전 보훈요양원에서는 8시간 3교대로 일할 수 있다. 사회복지사도 입소자들이 있는 3개 층에 각각 1명씩 배치된다. 요양보호사들은 일한 지 1년이 되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다. 정년(60세)이 보장되고 각종 복지혜택도 정규직과 똑같이 받는다. 민간요양원에서 일하다 2013년 이직한 강숙이 요양보호사(54)는 “이곳에 온 뒤 처음으로 ‘병가’란 것을 써봤다”며 “입사과정도 힘들고, 교육도 많은 편이지만 무엇보다 안정적이고 각종 복지혜택이 월등하다”고 말했다.

요양보호사에 대한 처우가 좋으니, 서비스 질도 올라갔다. 2014~2015년 기획재정부 주관 고객만족도 조사에서도 2년 연속 공공기관 1위를 차지했다. 조숙희 요양보호사(52)는 “일의 강도가 센 편이지만 모두 정년까지 한다는 생각으로 일한다”며 “국가기관에서 일한다는 자긍심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종사자들의 처우개선이 서비스 향상으로 이어지고, 이용자 만족도로 직결되고 있다.

이곳이 민간과 다른 방식으로 운영할 수 있는 이유는 딱 하나, ‘수익’을 남기는 데 주력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전 보훈요양원은 1년 동안 정부와 입소자에게 받는 장기요양비용 53억원과 복권기금 7억원을 대부분 다 운영비로 사용한다. 또 요양원을 건립할 때 들어간 비용(230억원)도 회수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것이 정부가 운영하는 보훈요양원과 민간요양원의 좁혀질 수 없는 차이를 만들었다.

대전 보훈요양원 관계자는 “참관하러 오는 민간시설 관계자들은 시설 벤치마킹은커녕 기관평가에서 ‘C등급’ 받는 것이 목표라고 하더라”며 “현실적으로 손익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민간시설로서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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