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에 흔적… 한 편의 ‘미스터리 첩보극’

2011.02.22 00:16 입력 2011.02.22 00:18 수정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 잠입 사건 재구성·의문점

곳곳에 흔적… 한 편의 ‘미스터리 첩보극’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에 침입한 3명의 정체를 국가정보원 직원으로 볼 만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외교적으로 민감한 절도 사건이 발생했는데도 인도네시아 특사단이 공식 항의 없이 본국으로 돌아가면서 “성공적이었다”는 말을 남긴 점, 들키긴 했지만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특사단 숙소에 침입했다는 점, 국정원이 수사에 착수한 경찰을 찾아가 보안을 당부한 점 등을 종합하면 정보당국이 이번 사건을 직접 기획하고 실행했다는 심증이 굳어지는 분위기다. 사건이 발생한 지난 16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19층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 사건의 재구성 = 지난 16일 오전 9시27분 롯데호텔 신관 1961호.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이 묵는 숙소에 검은색 정장 차림의 남자 2명, 여자 1명이 침입했다. 이들은 비상계단을 통해 19층으로 들어가 특사단원의 방으로 침입했다. 거의 모든 특사단원은 오전 10시로 예정된 이명박 대통령과의 면담을 위해 숙소를 비운 상태였다. 그런데 일행 가운데 한 명이 숙소로 돌아오면서 노트북 컴퓨터를 만지던 침입자들과 맞닥뜨렸다. 깜짝 놀란 침입자들은 방에 있던 노트북 2대 중 1대는 그대로 두고 1대만 가지고 복도로 나갔다. 때마침 복도에 있던 호텔 종업원이 특사단원의 항의를 받고서 19층 비상통로에 숨어 있던 침입자들을 찾아냈다. 2~3분 뒤 이들 중 남자 2명이 나와 가져갔던 노트북을 돌려주고 종적을 감췄다. 이 모든 상황이 벌어진 것은 단 6분간이었다.

특사단은 사건 발생 13시간여 만에야 주인도네시아 한국무관(육군 대령)을 통해 112로 신고했다. 이들이 신고한 지 4시간여 만인 17일 새벽 국정원은 직원을 남대문경찰서에 보내 수사 상황을 물어본 뒤 보안을 당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우리 무관은 경찰에 신고하고도 국방부에 관련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고, 국방부도 사건 발생 닷새 만에야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해 논란이 예상된다.

◇ 남는 의문점 = 우선 괴한들의 침입 시간이 절묘했다. 특사단원이 호텔에 없다는 것을 알 만한 사람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경비·경호가 허술한 점도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다. 외교 사절단의 경우 외교통상부 경호팀이 없으면 호텔이 별도의 경비인력을 배치하는 게 관례지만, 이번에는 호텔 측 인력이 전혀 없었다.

괴한들의 모습이 CCTV에 명확히 찍히지 않았다는 점도 의문이다. 이 호텔에는 엘리베이터와 비상계단, 주요 출입구 등에 CCTV 250대가 설치돼 있으며 직원 6~7명이 CCTV와 연결된 모니터 30대를 24시간 관찰해왔다.

인도네시아 특사단이 보인 행태 역시 이해하기 어렵다. 국가 기밀 유출이 의심되는 상황인데도 13시간이 지난 뒤에야 경찰에 신고했기 때문이다.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자 특사단은 노트북을 맡기면서 협조적인 태도를 보였다가 다음날 노트북을 돌려달라고 했다. 사건 발생부터 노트북을 돌려받기까지 걸린 이틀 정도의 시간에 한국과 인도네시아 사이에 모종의 협상이 있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