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규명커녕 눈치만 보는 경찰

2011.02.22 03:28

조현오 “국익위한 건데…”

범인 얼굴 담긴 CCTV 수사, 경찰 “식별 어렵다”미온적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 숙소 침입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뒷북 수사’로 일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21일 기자간담회에서 “국정원 직원의 소행으로 밝혀질 경우 국익을 위해 한 것인데 처벌해도 실익이 없지 않으냐”고 말해 적극적인 수사의지가 없음을 드러냈다.

실제 수사에서도 이런 현상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의문점을 해소해줄 중요 단서로 꼽히는 범행 현장의 폐쇄회로(CC)TV 자료는 경찰이 신고를 받은 지 이틀이 지난 18일 오후 5시에야 호텔 측에 요청한 것으로 밝혀졌다. 침입·절도 사건의 경우 CCTV 확보가 급선무임에도 초기부터 늑장 대응을 한 것이다.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 숙소 침입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남대문경찰서의 서범규 서장이 21일 수사 상황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 김세구 선임기자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 숙소 침입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남대문경찰서의 서범규 서장이 21일 수사 상황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 김세구 선임기자

엘리베이터를 타고 도주하는 범인들의 모습이 CCTV에 촬영됐지만 경찰은 “정수리 부분만 찍혀 있어 얼굴을 알아보기 어려운 상태”라고 밝혔다. 반면 호텔 관계자는 “충분히 사람 얼굴을 식별할 수 있는 영상”이라고 밝히고 있어 경찰의 축소 발표 의혹도 일고 있다.

노트북에서 채취한 지문의 신원 확인 작업이 늦어지고 있는 것도 수사의지를 의심케 하는 부분이다. CCTV 수사가 난항인 가운데 지문만이 유일한 단서가 되고 있는 분위기지만 보존 상태가 완전치 않아 이른 시일 내에 결과가 나오기는 힘든 상태다.

현장에서 채취된 지문은 8개로 사건 발생 후 나흘이 지난 20일 오후 7시쯤 경찰청 과학수사센터에 도착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문들에 대한 1차 분석 결과 8개 중 2개는 방주인인 특사단원의 것으로 확인했고, 다른 2개는 감정 불능 판정을 내렸다. 대부분 쪽지문(완전하지 않은 지문의 일부) 상태이고, 미끄러져 찍힌 것이 많아 감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경찰은 나머지 4개가 특사단원의 것이 아닌 범인의 지문일 것으로 보고 정밀 분석 중이다.

하지만 지문의 주인공이 밝혀진다 해도 국정원 등 정보기관 직원의 신원을 밝혀낼 수 있을 가능성은 희박해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현장 목격자에 대한 경찰 조사도 뒤늦게 이뤄졌다. 경찰은 지난 16일 밤 사건 발생 직후 호텔 비상계단에 숨어 있던 침입자를 발견한 종업원에 대한 조사를 하지 않다가 닷새 뒤인 21일 참고인 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현장 상황을 증언해줄 핵심 목격자를 수일간 방치해 뒀다 부랴부랴 조사에 나선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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