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건’ 노리다 번번이 사고 쳐… ‘걱정원’ 된 국정원

2011.02.22 00:17

원세훈의 국정원 왜 이러나

지난 16일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 숙소에서 군사·협상 기밀을 탈취하던 범행이 국정원 직원의 소행으로 알려지면서 국정원의 무책임하고 미숙한 정보수집 활동이 도마에 올랐다. 지난해 리비아에서 스파이로 붙잡혀 추방되고, 국내에서도 유엔 특별보고관 일행을 미행하거나 방송사 직원을 사칭하다 발각되는 등 숱한 탈법 행위와 정체 노출로 국가의 명예를 먹칠했기 때문이다. 원세훈 국정원장의 지나친 ‘성과주의’와 ‘사고뭉치’가 된 국정원의 운영시스템이 본격적으로 비판대에 서는 양상이다.

여권의 정보라인 고위 인사는 21일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에 침입한 3인조 괴한의 정체에 대해 “국정원 내부”라고 지목했다. 그는 “사고를 친 것”이고, “정보기관 내부 정보를 언론에 누가, 왜 흘렸는지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사를 맡은 서울 남대문경찰서가 “국정원 직원이다, 산업스파이다, 단순절도범이다라고 단정적으로 얘기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애써 모호한 입장을 밝혔지만, 국정원은 사건 무마에 주력하면서 경찰에 보안을 요청해 은폐 의혹도 사고 있다.

국정원이 물의를 일으킨 정보수집 행위는 이번뿐만 아니다. 리비아 주재 외교관으로 활동해온 국정원 직원은 지난해 6월 방위산업체의 수출을 위해 리비아 무기목록 등 군사정보와 현지 북한 근로자 1000여명의 정보를 수집하다가 적발돼 ‘내정간섭’을 이유로 강제 추방됐다.

지난해 5월엔 방한한 프랭크 라뤼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 일행의 동향을 캠코더로 촬영하던 국정원 소유 차량의 번호판이 사진에 찍혀 국제적 망신을 당했다. 또 국정원 직원이 지난해 6월 경찰의 한국진보연대 압수수색 과정에서 MBC 직원 신분증을 목에 걸고 다니다 붙잡혔다. 2009년 9월에도 국정원 직원이 민중가요 노래패 ‘우리나라’를 일본 간사이공항에서 사진촬영하다가 회원들에게 붙잡히자 ‘기무사 요원’이라고 사칭했다가 들통났다. 잇단 민간인 불법사찰 현장에서도 국정원 개입 의혹이 잇따라 제기된 상태다.

국정원의 어설픈 행태가 이명박 정부에서 자주 표출되는 이유는 원세훈 원장의 ‘성과주의’ 탓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대통령과의 ‘독대 보고’가 부활된 뒤 ‘한 건’을 노린 과욕의 부메랑이라는 지적이다. 이번 사건도 국정원이 산업정보 수집 활동을 강화하면서 벌어진 일로 보인다.

국정원은 이번 사건의 관여 사실을 공식 부인하고 있다. 정부도 ‘국익’을 앞세우며 민감한 외교 사안인 만큼 물밑에서 조율하자는 신중한 입장이다. 하지만 국정원의 ‘오리발’과 달리 정부와 여당 내에서는 “창피하다” “책임져야 한다”는 한탄과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회 정보위의 한나라당 의원은 “그런 걸 할 만한 곳이 (국정원 말고) 어디 있겠느냐”며 “초보도 아니고”라고 답답함을 내비쳤다. 여권에서는 최근 원 원장의 ‘극비리’ 미국 방문이 외부에 알려진 것을 두고 잇단 내부 정보 유출의 진원지와 배경에 대한 의구심도 커진 상태다.

국회 정보위 민주당 간사인 최재성 의원은 “이 어처구니없는 사건은 국가안보와 국익에 근본 에너지를 만들어야 하는 국정원이 흥신소로 전락한 것”이라고 국정원의 근본적인 수술 필요성을 제기했다. 최 의원은 “정부 내에 뭔가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고스란히 국익을 침해하는 것으로 연결되고 있다”며 “국익에도 국민에게도 전혀 도움되지 않고 납득하기 어려운 국정원 시스템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