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자 명단에 있던 딸, 어디에도 없었다”

2014.04.18 21:34 입력 2014.04.18 23:53 수정

현장 방문 대통령에 전화번호 건넨 학생 아버지

실제론 실종… 중앙대책본부 뒤늦게 파악해 정정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안산 단원고 2학년 문모양의 아버지 문모씨는 딸이 실종됐는데도 구조자 명단에 포함돼 있는 것을 보고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문씨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7일 진도실내체육관을 방문했을 때 실종자 가족들이 요청한 사항에 관한 확인조치를 해달라며 휴대전화번호를 건넨 이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문씨에게 이날 오후 10시쯤 전화를 걸어 약 5분 동안 통화를 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18일 기자들에게 “박 대통령이 문씨와의 통화에서 ‘(구조와 수색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거듭 약속했다”고 밝혔다. 문씨는 민 대변인과 통화를 한 뒤 “박 대통령이 실시간 구조상황을 체크할 수 있는 스크린 설치 등 실종자 가족들과 약속한 사안들이 제대로 조치됐는지를 확인했다고 들었다”면서 “진도 방문 이후 조치상황을 보고받은 것 같다”고 전했다. 문씨는 “(어제) 대통령에게 ‘이런 것을 설치하는 것보다 생명이 귀중하니 단 한 명이라도 살아나오면 학부모들이 얼마나 좋아서 환호를 하겠는가. 최정예 요원을 투입해 단 한 사람이라도 살려달라고 애원을 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정작 문씨 개인의 애타는 속사정은 따로 있었다. 그는 민 대변인과의 통화에서 “딸이 사고 이후 구조자 명단에 있어서 아이를 만나러 왔으나 없어, 진도의 하수구까지 뒤졌는데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지금도 구조됐다는 사람 명단에 (딸 이름이) 있다.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있다”고 호소했다.

민 대변인은 “(내가)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그런 말씀을 했느냐고 묻자, 문씨는 ‘전화를 주겠다고 약속한 대통령인데 시간도 없을 것이고 내가 개인적인 얘기를 하면 도리가 아닌 것 같았다.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못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민 대변인은 “이분(문씨)이 대통령과의 통화 때 가족 대표로 하는 것이어서 인내심을 발휘해 개인사정은 얘기하지 않고 자제를 한 것 같다”며 “그런데 나와 통화를 하니까 그 얘기를 하면서 목놓아 울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실종자가 구조자로 둔갑한 문양의 사례는 중앙대책본부의 구조자·실종자 등 현황집계 과정의 혼선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중앙대책본부는 뒤늦게 문양을 실종자로 분류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 17일 진도실내체육관에서 “잘되지 않는 일이 있지만, 문제는 그런 것을 세세하게 (실종자 가족 등에게) 알려드리지 않은 책임이 크다”면서 “(내가 한) 약속이 잘 지켜지는지 제가 전화를 드려 확인하겠다”며 문씨에게서 전화번호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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