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소방헬기 추락사고

최후의 순간에도 인명피해 줄이려 ‘회피비행’…SNS에 추모글 잇따라

2014.07.18 00:05 입력 2014.07.18 00:59 수정

안타깝게 순직한 5인

“(강원도소방본부) 제1소방항공대 구조대원 선생님들 감사합니다. 덕분에 이 가을 하늘을 볼 수 있게 되었네요. 평생 잊지 못할 사고의 기억이 선생님들의 따뜻한 구조의 손길로 아픔이 아닌 감사의 마음으로, 존경의 마음으로 자리합니다. 날마다 좋은 날 되세요.”

지난해 7월 설악산에서 구조된 후 소방항공대에 감사편지를 보냈던 등산객의 ‘날마다 좋은 날 되세요’란 바람은 끝내 이루어지지 않았다.

‘국민이 필요로 하는 곳은 어디든 갈 태세가 되어 있다’고 답했던 강원도소방본부 특수구조단 대원들은 1년 후 세월호 수색활동을 지원하다 17일 헬기 추락사고로 영영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떠나버렸다.

정성철 소방경 박인돈 소방위 안병국 소방장 신영룡 소방교 이은교 소방사

정성철 소방경 박인돈 소방위 안병국 소방장 신영룡 소방교 이은교 소방사

조종사 정성철 소방경(52) 등 5명의 탑승자들은 지난 14일부터 사흘간 세월호 참사 현장에서 항공 수색지원 임무를 마치고 복귀를 위해 광주비행장에서 떠난 직후 변을 당했다.

육군 항공대에 근무하다 준위로 전역한 후 2005년 12월 소방조직에 투신한 정 소방경은 항공교관자격 및 한국, 미국, 호주 등 3개국의 운송용 조종사 면장을 보유한 베테랑 헬기 조종사였다. 특수구조단 동료들은 “정 소방경이 5305시간이란 무사고 조종 경력을 갖고 있어 급박한 순간에도 민간인 피해를 막기 위해 도로 쪽으로 방향을 틀었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현장에서도 최후의 순간에 일부러 사람이 없는 쪽으로 회피비행을 한 것 같다는 목격담이 나오고 있다.

비행조종시간만 4200여시간을 보유한 박 소방위는 산악사고와 폭설 지역 임무 수행 시 악조건에 대비, 야간 비행훈련과 장애물 대응훈련 프로그램을 제시할 정도로 항공 구조 훈련에 열성적이었다. 베테랑 정비사인 안 소방장은 항공기 기체 정비만 14년째 담당했다. 그는 최근 급성폐렴으로 입원한 아버지(78)의 간호를 위해 한 달여간 경기 성남시와 춘천을 오갔던 효자다. 노부모를 지극정성으로 모셨던 특전사 중사 출신의 신 소방교는 쉬는 날에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딸과 함께 봉사활동을 하러 다니던 모범적인 가장이었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사람이 먼저다’ ‘소방관의 꿈, 막상해보니 진짜 최고다’란 글을 남겼던 이 소방사는 오는 9월 결혼식을 앞두고 있었다. 그는 사고 사흘 전인 지난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세월호 침몰해역을 헬기에서 내려다보며 찍은 사진과 함께 “오늘도 저희 119 소방관들은 최고가 되겠습니다”라는 다짐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119에 대한 애착이 큰 만큼 열악한 근무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도 커 지난 6월 지방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을 촉구하며 인권위에 차별 진정을 내기도 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엔 ‘부디 천국에서 편히 눈을 감으시라’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등의 애도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이날 밤 시신이 안치된 광주 KS수완병원을 찾은 유가족들은 넋을 잃은 듯 오열했다.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은 사고 현장과 장례식장을 차례로 찾아 수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광주를 찾아 “아까운 인재들을 잃었다”며 흐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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