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떨군 조현아 “죄송합니다”만 3번 반복…뒤늦은 눈물

2014.12.17 23:00 입력 2014.12.18 09:45 수정

변호사와 함께 검찰 출석…해외 매체·시민들도 관심

검, 회항·증거인멸 지시 등 추궁…내일 영장 가능성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40)이 17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지난 5일 뉴욕에서 ‘땅콩 회항’ 사건이 일어난 지 12일 만이다. 검찰은 이번주 중 조 전 부사장의 사전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조 전 부사장은 17일 오후 1시50분쯤 검은색 체어맨 승용차를 타고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검에 들어섰다. 차에서 내린 조 전 부사장은 고개를 숙인 채 걸어 들어와 포토라인에 섰다. 긴 검은색 외투에 흰색 목도리를 두른 차림이었다. 그는 150여명의 취재진을 향해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아사히TV 등 해외 매체도 눈에 띄었다.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땅콩 회항’ 사건의 당사자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17일 서울서부지검에 출석해 조사실로 향하기 전 기자들 앞에서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의 코끝에 눈물이 맺혀 있다. 이준헌 기자

‘땅콩 회항’ 사건의 당사자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17일 서울서부지검에 출석해 조사실로 향하기 전 기자들 앞에서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의 코끝에 눈물이 맺혀 있다. 이준헌 기자

“검찰 수사까지 받게 됐는데 지금 심경이 어떻습니까.”

“(작은 목소리로) 죄송합니다.”

“승무원을 폭행한 사실을 인정하십니까.”

“…”

“회항을 지시하셨습니까.”

“…”

“허위 진술을 지시한 적이 있나요.”

“…”

“국민들께 한마디 하시죠.”

“(작은 목소리로) 죄송합니다.”

조 전 부사장은 기자들의 질문에 거의 침묵으로 일관했다. 눈물이 흘러 콧등에 맺혔다. 승무원 폭행, 항공기 회항 지시, 허위 진술 지시 등 사건과 관련된 질문에 조 전 부사장은 아무 답도 하지 않았다. “죄송합니다”란 말만 3차례 반복했다. 5분여간 질문을 받은 그는 법무법인 광장의 서창희 변호사를 따라 고개를 숙인 채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지난 12일 국토교통부에 출석할 때 대한항공 임직원 40명을 대동하고 나온 것과 달리 이날은 서 변호사만 동행했다.

조 전 부사장의 검찰 출석에 시민들도 커다란 관심을 보였다. 손옥순씨(68)는 “조 전 부사장이 나온단 소식을 듣고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 시민단체는 ‘이름 바꿔, 땅콩항공으로. 슈퍼갑질하는 조현아’라고 쓴 현수막을 내걸었다. ‘조현아는 깊이 반성하고 있다. 용서하고 기회를 줘야 한다’고 쓴 팻말을 든 남성도 눈에 띄었다. 이날 낮시간대 서울의 수은주는 영하 7도까지 떨어졌다.

국토부 조사 당시 임직원들을 보내 기자들을 통제하려다 마찰을 빚은 대한항공은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 않았다. 한 관계자는 “조 전 부사장의 검찰 소환은 TV로 봤다”며 “다들 착잡한 심경인데 무슨 입장을 밝힐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이근수 부장검사)는 조 전 부사장을 상대로 지난 5일 뉴욕발 KE086 항공편에서 승무원을 질책하는 과정에서 폭언·폭행을 하고, 회항을 지시해 사무장을 항공기에서 내리게 한 혐의(항공보안법 위반 등) 등을 조사했다. 검찰은 조 전 부사장이 임직원에게 증거인멸을 지시했는지도 추궁했다. 검찰은 앞서 기장·사무장과 당시 일등석 탑승객 등을 조사해 “조 전 부사장이 고성을 지르고 승무원에게 서류철을 던졌다”는 진술을 받았다.

검찰은 최근 “조 전 부사장이 당시 술을 마신 듯 보였고, 객실 서비스를 지적하는 과정에서 물건을 던졌다”는 승무원의 진술도 추가로 확보했다. 그는 “승무원이 무릎을 꿇은 것도 사실”이라며 “하지만 이는 본래 서비스 규정에 따른 것으로 안다”고 진술했다. 이 승무원은 당시 상황을 처음부터 목격했다. 또 이 승무원이 검찰 조사를 받을 당시 대한항공 법무팀 관계자들이 조사가 끝나는 자정까지 밖에서 기다린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조 전 부사장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사전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이번주 중 결정할 방침이다. 압수물 분석과 주요 참고인 조사를 통해 조 전 부사장의 혐의가 상당 부분 확인된 만큼 19일쯤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