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핼러윈 참사’ 당일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구청 직원들이 아닌 상인으로부터 사고 사실을 전해들은 것으로 파악됐다. 구청은 사고 당일 30명의 인원을 투입했다고 밝혔지만 이들 모두 사고를 보고하지 않아 상인이 사고를 알린 것이다.
4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이태원 상인연합회 소속 상인 A씨는 참사가 발생한 지난달 29일 오후 10시48분쯤 연합회 단체 카카오톡방에 압사사고가 일어나고 있다고 알렸다. 압사 신고가 119에 처음 신고된 10시15분부터 약 30분쯤 지난 시간으로, 많은 사람이 넘어져 있는 상태였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A씨는 오후 10시50분쯤 구청 관계자들에게 사고 사실을 알렸다. A씨는 “용산구청 비서실과 여러 구청 직원들에게 문자로 도움을 요청했다”며 “상황이 급한데 구조활동을 아무도 안 해 여기저기에 사고를 알렸다”고 했다. A씨도 문자를 보낸 직후 구조에 뛰어들었다.
박 구청장은 A씨가 보낸 문자를 보고서야 사고를 인지한 것으로 보인다. 박 구청장은 오후 10시51분쯤 첫 보고를 받고 8분 뒤 현장에 도착했다고 밝혔는데, 이 보고는 현장에 있던 구청 직원의 보고가 아니라 상인의 문자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한 구의원은 “구청장이 직접 구의원들이 있는 자리에서 ‘상인회한테 압사 사고가 났다는 문자를 받았다’고 말했다”며 “이후 현장에 도착한 게 10시59분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용산구청은 핼러윈 축제 기간 하루 30명 정도의 인원이 투입돼 행사를 도왔다고 밝힌 바 있다. 이들은 코로나19 방역과 불법 주정차 단속 등의 업무를 맡았다. 그런데도 현장에 있는 구청 직원 누구도 압사 사고 사실을 구청장에게 보고하지 않은 것이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연합회 소속 B씨는 “구청에서 30명을 투입했다는 것은 거짓말 같다”며 “당시 사고가 난 이태원 세계음식거리에 있던 직원은 3명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