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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사 청소노동자 인권·최저임금 눈감은 ‘헌재’… 헌법수호기관이 헌법보장 노동권 무력화

2014.07.29 06:00
강진구 기자

고위직 자녀 청사서 공휴일 결혼 땐 ‘무급노동’ 강요

헌재 “자발적 조기 출근” 노동자 “어쩔 수 없이 나와”

헌법재판소가 청사 건물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들의 최저임금과 노동기본권을 무시하는 것은 최후의 헌법수호기관이면서 헌법이 보장한 노동3권에는 눈감은 ‘헌재의 두 얼굴’을 그대로 보여준다.

헌재는 지난 3월 감사원 지적을 받기 전 조달청의 온라인 ‘나라장터’를 통해 청소용역을 발주할 때부터 노동인권에 심각한 무관심과 무지를 드러냈다.

지난해 11월 헌재는 조달청에 청사 건물의 청소용역 발주를 의뢰하면서 정부에서 권고하는 시중노임단가(시급 7500원)를 무시하고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인건비를 산정했다. 그나마 최저임금도 2014년(5210원)이 아닌 2013년(4860원) 기준을 적용했다. 토요일 4시간 근무는 아예 용역비 계산에 반영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헌재가 의뢰한 인건비는 조달청에서 시중노임단가(중소기업중앙회에서 실제 임금을 토대로 매년 공시해 정부 입찰·용역 단가에 적용하는 노임)를 기준으로 계산한 원가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결국 조달청은 헌재에 공문을 보내 원가계산을 다시 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헌재는 예산을 증액해 적정노임을 맞추려는 노력보다는 청소노동자들의 서류상 휴게시간을 늘리고 형식적으로 시간당 임금을 높여 최저임금에 맞추는 방법을 선택했다. 서류상 근로시간을 평일 8시간에서 6시간으로 줄이며, 최초 용역비 산정 시 포함했던 상여금을 100%에서 50%로 삭감하고 복리후생비 중 건강진단비(1인당 2만원)도 삭제하는 방법을 쓴 것이다.

헌재는 지난 3월 감사원에서 청소노동자들의 실제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할 때 최저임금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러나 헌재는 계약서상 근무시간(6시간)만으로 노동부에 질의한 결과를 토대로 ‘아무 잘못이 없다’고 소명하고 있다.

김용헌 헌재 사무처장은 지난 7일 국회 법사위에서 정의당 서기호 의원의 질의에 “실제 근무시간은 그대로 지켜졌는데 그 사람들이 미리 준비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2시간 미리 나온 것”이라고 답변했다. 임금은 계약서(6시간)대로 지급했고 노동자들이 알아서 2시간 일찍 나온 만큼 법적 책임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청소노동자들의 증언은 정반대다.

6년간 헌재에서 청소일을 해오다 감사원 감사 직후 계약해지를 통보받은 김정웅씨(69)는 “헌재 총무과에서 직원들이 출근하기 전 오전 5시부터 7시까지만 문을 열어놓기 때문에 아침 청소를 위해 오전 5시에 나올 수밖에 없다”며 “헌재 직원에게 2시간 일찍 나오는 대신 퇴근만이라도 1시간 일찍 하게 해 달라고 했지만 거절당했다”고 말했다.

청소노동자들은 헌재 고위직 자녀들이 청사 건물에서 결혼하는 날이면 쉬는 토요일이나 일요일에도 ‘무급노동’을 강요당했다. 김씨는 “한 고위직 자녀 결혼식엔 하객 1200명이 와서 오후 4시가 돼서야 끝났다”며 “뒷정리를 하다보니 휴일인데도 오전 8시에 출근해 오후 6시가 넘어 퇴근했다”고 말했다. 헌재의 최저임금법·노동법 위반 문제를 제기한 서 의원은 “근로감독관을 파견해 실태조사한 뒤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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