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빅데이터로 전 과정 자동화…“인력 80명 줄이고도 생산량 2배 이상 증가”

2020.01.13 06:00 입력 2020.02.05 15:36 수정

②무인화의 허구

ㆍ현대차 의왕연구소가 베일에 싸인 이유…LS산전 스마트공장서 찾다

지난 9일 LS산전 청주 1사업장 G동 2층에 설치된 ‘스마트 생산라인’에서 이 회사의 주력 제품인 전자개폐기가 생산되고 있다. 이곳은 축적된 데이터에 기반해 부품 공급부터 조립, 시험, 포장까지 자동화가 구축돼 있다. LS산전 측은 “스마트공장 도입 후 생산성은 60% 높아지고 불량률은 97% 떨어졌다”고 밝혔다.   이상훈 선임기자

지난 9일 LS산전 청주 1사업장 G동 2층에 설치된 ‘스마트 생산라인’에서 이 회사의 주력 제품인 전자개폐기가 생산되고 있다. 이곳은 축적된 데이터에 기반해 부품 공급부터 조립, 시험, 포장까지 자동화가 구축돼 있다. LS산전 측은 “스마트공장 도입 후 생산성은 60% 높아지고 불량률은 97% 떨어졌다”고 밝혔다. 이상훈 선임기자

현대자동차의 생산기술 혁신방안을 연구하는 경기 의왕연구소에는 스마트공장 시범라인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은 언론에 공개되지 않는 것은 물론 스마트공장에 관심 있는 기술경영·노동 전문가들도 가보지 못한 이들이 많다. 지난해 의왕연구소를 방문한 노동조합 지도부는 충격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의왕연구소 참관한 노조지도부
“사람 한 명 없이도 검사기능 수행
일자리 더 줄어든다는 위기감”

당시 참관한 민주노총 금속노조 관계자는 지난 9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현대차의 기술은 세계적 수준이다. 숙련을 요하는 검사기능까지 모두 자동화할 준비가 돼 있었다”며 “노조 활동가들에게 자동화·모듈화 신기술이 적용될 경우 자동차 공장 일자리가 더 줄어들 개연성이 높음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로봇 검사 기능을 시험하는 소형 라인은 사람이 하면 10명 정도 들어가 일할 공간이지만, 사람 한 명 없이 잘 돌아갔다”고 했다. “위기감 조장으로 볼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현대차 측은 경향신문의 연구소 취재 요청을 거절했다. 지난해 말 교체된 당시 현대차 노조 집행부도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스마트공장을 띄우는 것은 기업만이 아니다. 정부는 제조업의 미래로 연일 스마트공장을 강조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9일 포스코 포항 2고로를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그 시각 경향신문은 또 다른 스마트공장 모범사례로 평가받는 충북 청주의 LS산전을 찾았다. 전자개폐기·저압차단기를 생산하는 각 공장 내부는 스마트공장 발전 단계를 4단계로 나눌 때 각각 ‘고도화’(4단계) 전 단계인 ‘중간2’(3단계), ‘중간1’(2단계)에 해당한다.

이 공장은 부품 공급부터 포장까지 자동화가 구축된 뒤 전자개폐기 생산능력이 하루 7500대에서 2만대까지 늘었다. 불량품은 100만개당 368개에서 8개로 줄었다. 사람은 라인당 1~2명씩, 전자개폐기·저압차단기 공장을 모두 합쳐 100명 정도 근무 중이다. 스마트공장 도입 전에 비해 50~80명 정도 줄었다. 남는 인력은 품질개선 등 다른 업무에 재배치됐다. 무인 운반차가 복잡한 기계 설비들을 요리조리 피해 부품을 날라주는 모습이 신기하기는 했지만 일반 자동화 공장과 비교할 때 무엇이 ‘스마트’한지 와닿지는 않았다.

LS산전, 남는 인력 업무 재배치
생산라인 밖 새 일자리 기대 불구
노동배제적 기술도입 ‘갈등 소지’

LS산전 측은 ‘데이터’ 수집과 분석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각 설비마다 이더넷 통신으로 데이터를 수집해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했고, 자가 진단 및 최적화를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이 공장의 기계는 사람이 놓치는 불량품도 알아서 잡아낼 수 있다. 예전에는 주문과 무관하게 미리 생산해두는 바람에 재고가 쌓였지만, 지금은 축적된 데이터의 도움으로 기계가 재고를 최소화한다. 주문이 들어오면 즉시 납기산정 시스템으로 생산계획에 반영하고 전산상으로 정보를 부품 공급사에 보내 5일 내 생산라인을 가동하는 식으로 재고 최소화가 가능해졌다. 기계가 고객 수요에 맞게 스스로 판단해 다품종생산, 유연생산도 하는 고도화 단계까지 나아간 것은 아니다.

포스코의 도금 공정 스마트화 역시 빅데이터 축적으로 가능했다. 이종석 성균관대 시스템경영공학과 교수는 “실시간 데이터가 들어오면 그 데이터를 기준으로 알고리즘이 판단하고, 학습도 기계가 알아서 하도록 구현했다”며 “사람이 전혀 터치하지 않아도 코일이 풀려서 감길 때까지 공장이 다 스스로 제어하는 프로젝트가 궁극적 목표”라고 했다. 이 교수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도금량을 자동제어하는 솔루션을 개발해 국내외 포스코 제철소에 적용하는 작업에 참여해왔다.

전문가들은 스마트공장이 되면 생산라인 고용은 줄지만 생산라인 밖 소프트웨어 제작, 데이터 수집·분석 등의 새 업무가 생겨날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노조로선 당장 줄어드는 생산라인 고용 때문에 부정적이다. 노조 역시 제조업 미래에 스마트공장이 있다는 큰 흐름을 거스르기 어렵다는 점을 알고 있다.

문제는 한국의 경우 새 기술 도입이 유난히 노동배제적으로 이뤄져 왔다는 점이다. 제조업 노동자 1만명당 로봇 수를 의미하는 로봇 밀집도 조사(국제로봇연맹 2018년)에 따르면 한국은 631로 세계 평균(74)을 크게 웃돈다. 독일(309)·일본(303)·미국(189) 등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통계개발원 ‘KOSTAT 통계플러스 2019년 가을호’를 보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한국의 노동자 1인당 자본(기계) 비율 상승은 주요 7개국(G7)과 비교할 때 압도적으로 높다. 이 같은 상황은 갈등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어 스마트공장의 미래에도 부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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