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코로나 감안해도 무조건적 집회 금지는 과도한 제한” 택배노조 집회 허용 결정

2021.10.20 09:32

지난 7월3일 서울 종로3가 일대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있다. 이준헌 기자

지난 7월3일 서울 종로3가 일대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있다. 이준헌 기자

법원이 서울시의 집회 전면 금지는 집회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할 수 있다며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이 20일 집회를 열 수 있도록 허용했다. 백신 접종률이 상당한 수준으로 확보됐고, 실외에서 진행되는 집회는 코로나19 확산 가능성이 낮다는 점 등을 감안해 감염병 예방과 기본권 행사의 조화를 도모해야 한다는 취지다.

20일 택배노조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재판장 이주영)는 택배노조가 서울시장을 상대로 낸 옥외집회 금지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 사건에서 전날 택배노조 신청을 인용 결정했다.

택배노조는 이날 오후 3시부터 6시까지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49명이 참여하는 집회를 열고 싶다고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신고했다. 택배노조는 집회를 통해 CJ대한통운에 택배노동자의 생존권 보장과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사회적 합의 이행을 촉구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시행에 따른 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해 서울시 전 지역에서 집회금지 조치를 실시하고 있다는 이유를 대며 해당 집회도 금지한다고 택배노조에 통보했다. 이에 택배노조가 서울시의 집회 금지처분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신청을 법원에 냈다.

재판부는 서울시의 집회 전면 금지가 집회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할 수 있고, 택배노조 집회를 허용한다고 해서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도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서울시 방침은) 집회시간, 규모, 방법 등을 불문하고 서울시 내 일체의 옥외집회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으로써,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시민의 보건을 확보할 필요성을 고려하더라도 집회에 대한 허가제를 넘어서는 과도한 제한에 해당해 그 효력을 그대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코로나19의 확산 상황, 구체적인 집회장소, 집회시간, 집회규모, 방법 등을 개별적·구체적으로 살펴 코로나19의 확산 방지 등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 범위 내에서만 집회 개최를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이 지난 14일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쟁의행위 찬반투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이 지난 14일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쟁의행위 찬반투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판부는 이어 “우리 사회가 장기간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강도 높은 노력을 기울여 왔음에도 변이바이러스의 확산 등으로 인해 최근까지도 다수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현재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자가 전 국민의 60%를 넘어섰고, 1차 접종자도 전 국민의 78%를 넘어섰다”고 했다. 재판부는 “그동안 축적된 감염 사례의 추적·관찰을 통해 방역 당국은 감염 위험이 높은 장소, 행위 등을 선별해 시설의 종류, 이용시간, 수용인원과 면적 등을 세분해 단계별 수칙을 구체적으로 정함으로써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와 기본권 행사의 조화를 도모하고 있다”며 “더욱이 신청인(택배노조)이 개최할 예정인 집회는 실외에서 개최되는 것으로써 비말을 통해 전파되는 양상을 고려할 때 코로나19 확산 위험성이 실내에서 개최되는 집회나 모임보다 낮다고 보인다”고 했다.

재판부는 마스크 착용·명부 작성 비치·손 세정 등 개인 위생관리와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하고, 감염병 확산 방지와 질서유지를 위한 적절하고 합리적인 조치를 준수해 집회를 개최한다면 공공복리에 중대한 악영향이 초래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택배노조는 법원 결정에 따라 이날 오후 4시부터 집회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도 이날 오후 2시부터 서울 도심에서 수 만명의 조합원이 집결하는 집회를 연다. 정부는 집회 자제를 요청했지만 민주노총은 코로나19 시대 노동자들의 고통을 알리고 정부에 대책을 촉구해야 한다며 집회를 열겠다는 의지를 고수했다. 앞서 민주노총은 방역수칙 준수 여부와 무관하게 서울 전 지역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집회를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서울시 고시 등이 집회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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